이제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국을 대만과 함께 가장 안정적인 신흥국으로 평가한 사실은 고무적이다. 연준은 연방의회에 제출한 ‘금융정책 보고서’에서 15개 신흥경제국 중 한국과 대만을 취약성 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로 지목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외환보유액 비율, 국가부채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최강의 신흥국이라는 호평인 셈이다.
이어 연준은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해 “이들 국가에서 나타난 자산투매(sell-off) 현상은 일정부분 같은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투자자들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경제 취약성에 근거해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다른 신흥국과 다르게 ‘대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금융시장의 차별화 현상은 지난해부터 확연했다. 유사시 일단 돈이 빠졌다가도 곧 돌아왔다. 지난해 6월19일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왕창 돈을 뺐던 외국인은 7월 다시 돌아와 10월까지 넉 달간 주식 순매수 행진을 이었다. 허약한 신흥국들은 외국인 자본유출로 위기에 내몰리던 때였다. 올해 들어서도 신흥국 위기와 미국 추가 테이퍼링 충격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공세가 이어졌지만 채권시장엔 돈이 들어왔고 환율도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1000조원대 가계부채나 양극화와 같은 나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신흥국 위기가 확산하거나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자본유출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연준의 호평이나 시장의 긍정적 움직임만 보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한국이 금융위기로 가진 않더라도 가계부채 등으로 외국인 투자기피나 자본유출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설명회에서 “한국이 안전투자처(Safe haven)냐”라는 물음에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여러 면에서 차별화했다고 인식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연준의 평가를 언급하며 “그렇다고 ‘이제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자만하거나 손 놓고 있거나 이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연준의 평가와 시장 차별화 흐름은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연 2.50%인 기준금리를 9개월째 동결했는데, 김 총재는 “정책금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금리동결도)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