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한국 심장부 손금보듯 193장 촬영

남한 침투 2시간 동선 분석해보니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는 대한민국 심장부나 다름없는 청와대 사진을 포함해 모두 193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오전 8시쯤 파주 인근에서 사진 촬영을 시작한 해당 무인기는 시속 100㎞의 속도로 통일로를 따라 비행하며 20여분 만에 청와대 인근에 도착했다. 1∼1.5㎞ 고도로 비행하며 청와대와 경복궁, 1번 국도 등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무인기가 따라 내려온 1번 국도는 유사시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주요 공격로다.

무인기는 청와대 남동쪽인 인사동 방면에서 서북쪽으로 이동했으며 청와대 상공에서 20초 이상 머물며 경내 등을 근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과 함께 분석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무인기의 속도와 찍힌 사진의 양으로 볼 때 청와대 상공을 20여초 동안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정찰기의 청와대 침투는 1968년 김신조 등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던 사건을 연상시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파주 무인기에서 우리 국민의 지문이 아닌 것을 몇 개 확인했다”면서 “무인기에 0.9㎓짜리 송수신장치가 있었는데 그것은 영상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무인기를 조정하거나 GPS를 받는 데 활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주 무인기에 장착된 일본제 카메라의 성능에 대해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것으로 렌즈도 최초 살 때 기본사양이었다”고 전했다.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는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보급형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캐논 550D’(1800만 화소)로 정밀한 촬영이나 군사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무인기는 엔진 고장으로 추락했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북한에서 발진한 뒤 소청도와 대청도 군 부대 사진을 찍은 뒤 연료 부족으로 엔진이 정지되면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는 고도 1.45㎞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시속 100∼120㎞로 소청도와 대청도를 스캔하듯이 지그재그로 비행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비행자료 송수신기를 탑재하고 있었으나 실시간 영상 전송 기능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도 발칵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3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북한 무인기가 촬영한 청와대 상공 사진과 구글, 네이버가 제공하는 위성 사진을 모은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이 화면을 보여주며 비교, 설명했다.
연합뉴스

한편 청와대 경호실은 북한 무인기의 청와대 촬영을 계기로 불거진 ‘허술한 방공망’을 재정비하기 위해 경호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경호실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파주 무인기에 청와대의 전경이 찍힌 사실을 이미 확인하고 여러 대비책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는 탑재 중량 1㎏ 정도의 생화학 무기 탑재는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경호실 측은 박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위한 경호경비 수준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남상훈·김선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