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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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에 뚫린 방공망, 31년 전과 판박이

3월24일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가 촬영한 은평뉴타운.

지난 24일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도 방공망에 구멍이 뚫린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까지 무인기가 비행했는데도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31년전에 발생한 이웅평 대위 귀순사건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북한 공군에서 복무하던 이웅평 대위는 1983년 2월25일 Mig-19를 몰고 남쪽으로 날아와 귀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상공을 방어하던 방공포부대원들이 대거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 관계자는 “북한 전투기 귀순사건 직후 방공포부대원들이 영창 등 징계에 처해졌다”며 “청와대 등 주요 시설로 근접하는 항공기는 무경고 사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웅평 사건 직후 31년만에 수도 서울의 방공망이 뚫리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는 지적과 함께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전투기보다 훨씬 작은 무인기를 포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무인기는 300m만 올라가도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고 육안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소형 무인기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보강해주지 않고 책임 추궁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군은 100km 이상 떨어져 있는 공중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저고도레이더를 개발해 2015년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레이더가 완전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수도 방공망 강화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