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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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수신기에 입력된 좌표따라 비행… '스모킹 건'

북한 무인기라는 정체를 밝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GPS(위성항법장치) 정보가 담긴 무인기 메모리칩이었다.

메모리칩에는 무인기의 항로를 알 수 있는 임무명령 데이터가 저장돼 있었다. 국방부 조사팀은 무인기의 임무명령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서 무인기 메모리 칩을 다른 콘솔(장치)에 연결하는 방식을 활용, 파주·백령도·삼척 추락 무인기의 발진과 복귀 지점이 북한 지역임을 확인했다. 파주 무인기는 발진과 복귀 지점이 개성 북서쪽 약 5㎞ 지점(37.9977N, 126.5105E), 백령도 무인기(3월31일 발견)는 황해도 해주 남동쪽 약 27㎞ 지점(37.8624N, 125.9478E), 삼척무인기(4월6일 발견)는 강원도 평강 동쪽 약 17㎞ 지점(38.4057N, 127.4785E)이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에 장착된) 중국제 메모리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해 관련기관을 통해 중국에서 회로 안내서를 입수해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임무명령 데이터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가 아닌 비휘발성 메모리에 저장돼 있어 복구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참여한 한국(15명)과 미국(10명)의 무인기 전문가 25명은 모두 무인기 3대의 발진 지점이 북한이라는 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무인기들은 기체에 장착된 GPS 수신기의 임무명령 데이터를 통해 이륙 후 입력된 좌표를 따라 비행하며 임무명령상의 좌표 상공에서 사진 촬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귀 역시 사전에 입력된 좌표를 따라 되돌아오도록 고안돼, 복귀 좌표를 통해 북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부분이 드러났다. 무인기 3대는 모두 우리 군사시설 상공을 지나가도록 계획됐고, 파주 추락 무인기는 7∼9초,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18∼20초 간격으로 각각 178장, 119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무인기를 보낸 이유에 대해 “우리 정부의 군사 핵심시설에 대해 최신 영상을 획득하기 위한 정찰활동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3대의 무인기가 모두 북한 소행으로 확인됐다는 것은 우리 군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얘기다.

북한 무인기는 자유자재로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면서 청와대 등 국가 중요시설과 군부대를 촬영했으나 우리 군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는 군사적 대응 방안으로 북한의 소형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탐지·식별·타격체계를 최단 시간 내에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우선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기 위해 10대 미만의 이스라엘제 저고도레이더를 올해 안에 긴급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타격체계와 관련해서는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와 같은 소형비행체 요격이 가능한 독일제 레이저무기와 국산 30㎜ 자주대공포인 ‘비호’(K-30)에 단거리 미사일 ‘신궁’을 결합한 유도탄 탑재 복합대공화기를 주요 거점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는 탑재중량이 3∼4㎏ 수준으로 아직은 공격용으로 활용할 단계는 아니지만 발전시키면 무기화도 가능해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