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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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깨나 사고 걱정…국민들 '안전 공포증'

흔들리는 표심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안전포비아(phobia·공포증)’에 걸렸다. 지하철 추돌 등 안전사고에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걱정이 가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안전포비아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표심을 여지없이 흔들어놓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바꿔놓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긴급 진단한다.


정치권을 향한 세월호 참사 책임론은 6·4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로 부상했다. 집권 여당을 향했던 여론의 질타는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으로 번졌고 선거가 가까울수록 부동층을 키우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부동층 추이는 기성 정당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엿보게 해준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플러스의 지난 12·13일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지지 정당 없음(무당파)’ 혹은 답변을 유보한 비율은 28.9%였다. 부동층은 이달 초 각각 이뤄진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모두 30%를 웃돌았다. 기존 선거에서 부동층은 선거를 20일 정도 앞둔 시점 대체로 20% 정도에 머무른 경향을 감안하면 세월호 참사 여파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셈이다. 학부모에 해당하는 40대 연령층과 이 중에서도 여성의 여당 지지세가 급락하는 게 부동층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층의 향후 선택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 통상 정당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는 응답층은 여당보다는 야당 성향에 가깝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 정당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여당에서 이탈한 지지자들을 야당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둘째 주와 이달 초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를 비교하면 여당 지지층 이탈 폭이 더 크긴 하지만 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15일 “재난이 발생하면 제1 야당 지지율이 여당을 추월하고도 남지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안 야당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부동층 비율이 늘어난 것은 세월호 참사 후 무기력한 야당의 모습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정부와 여당의 세월호 참사 수습과 향후 재발 방지대책, 야당의 참사 원인규명 노력 등이 얼마만큼 유권자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느냐다. 민 정치컨설팅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여당의 선거 성패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향후 메시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달 초에 비해 부동층 비율은 5%포인트 정도 빠지는 추세도 일부 있다”며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개각,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꼽을 수밖에 없고 그 내용에 유권자가 얼마나 동의하느냐에 따라 정당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