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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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대대급 병력투입 검거 작전… “부모가 투항 권유 중”

교대시간에 총기 반납 않고 수류탄 던지고 생활관 난사
해안쪽 내려오다 軍과 맞서
“이미 차단선 확보한 만큼 무리수 대신 지치기 기다릴 것”
21일 밤 강원도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탈영한 임모 병장이 체포된 뒤라야 전모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군은 이날 밤늦게까지 임 병장과 대치했지만 체포작전을 펼치기보다는 투항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 경계근무 마친 뒤 조준사격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임 병장은 21일 정오부터 오후 8시15분까지 GOP 주간 경계근무에 투입됐다. 그는 근무에 투입되면서 K-2 소총 1정과 수류탄 1발, 실탄 75발을 지급받았다.

밀어내기로 교대병력과의 교체가 이뤄질 무렵인 오후 8시15분쯤 임 병장은 GOP 소초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함께 주간 경계근무를 한 동료 장병을 향해 수류탄 1발을 투척하고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임 병장은 GOP 소초(생활관) 안으로 들어가 복도에 있는 장병들을 향해 소총을 난사했다.

총격이 시작된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소초까지의 거리는 30∼40m이며, 임 병장의 총격은 몇 분 동안 지속됐다. 수류탄 투척으로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주로 K-2 소총 사격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발의 총격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12명이나 발생했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이 조준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 병장의 총기 난사로 김모 하사와 상병 2명, 일병 1명, 이병 1명 등 장병 5명이 목숨을 잃었다. 3명은 GOP 생활관 밖에서, 2명은 생활관 안에서 숨졌다.

당시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 중이던 장병들도 임 병장과 마찬가지로 무장상태였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응사격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병사들이 주간 근무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막 초소를 벗어나 함께 모여 있는데 총을 쏜 것으로 미뤄 뭔가 쌓인 감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임 병장은 사건을 저지른 뒤 K-2 소총 1정과 남은 실탄 60여발을 소지하고 부대를 탈영했다. 이에 군 당국은 9개 대대급 병력을 투입, 임 병장 검거에 나섰다.

◆무장탈영 임 병장, 군 수색팀과 총격 후 대치

임 병장은 다음날인 22일 오후 2시17분쯤 수색 중인 군 부대에 의해 발견됐다. 탈영 부대에서 10㎞가량 북쪽에 위치한 고성 제진검문소 부근 숲 속이었다. 같은 날 오후 2시23분 무렵, 양측 간 총격전이 벌어져 추적하던 소대장이 팔에 관통상을 입고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국방부는 “현재는 임 병장과 수색대가 대치 중인 상태로 임 병장 부모가 현장에서 투항을 권유 중”이라며 “이미 차단선을 확보한 만큼 무리한 야간작전을 펴기보다는 임 병장이 지치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임 병장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최전방에서 탈영한 데다 야간이어서 이동에 제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부, 동부전선은 인적이 드문 산악지형이어서 과거에도 탈영 병사 대부분이 부대 주변에서 발견됐다. 임 병장은 GOP를 벗어나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군 당국이 총기 난사 직후 추가 피해 차단을 위해 고성지역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부대 주변 검문소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해 남쪽으로의 이동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