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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레테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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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김모(44)씨는 지난 연말 성과급 중 일부를 투자해 ‘RC카(무선조종 자동차)’를 구입했다. 총 2000여개의 부품을 조립해 만든 이 자동차는 외관뿐 아니라 경음기와 시동 거는 소리, 방향 지시등, 머플러 진동 등 미세한 부분까지 실제 자동차와 흡사하게 동작한다. 김씨는 “요즘 애들과 함께 야외에서 RC카를 조종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2. 자영업자 박모(39)씨는 장난감을 구매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6살 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혼 전부터 피규어를 모아온 그는 몇 년째 트랜스포머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씨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하나 둘씩 사모으던 것이 이젠 취미생활이 돼 버렸다”며 “덕분에 아들도 트랜스포머 마니아가 됐다”고 밝혔다.

#3. 직장인 최모(38)씨는 주말이면 공원 등에서 최근 구입한 10만원짜리 드론을 날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최씨는 "10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말로만 듣던 드론을 직접 조종해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온라인에서 구입했다"며 "비행 조종 자체도 재미있지만,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촬영 등까지 가능해 장난감으로서는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4. 취미로 RC제품을 조종하는 직장인 한모(39)씨는 “예전에는 아들 장난감을 보며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를 위해 RC제품을 사는 것은 망설였는데, 최근에는 RC제품이 아이들 장난감이란 인식도 많이 사라지고 성인을 위한 제품도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당초 군사·촬영 등에 쓰이던 무선 조종 비행체 드론의 용도가 '취미용'으로까지 넓어지면서, 최근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드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드론을 비롯한 무선조종류 완구뿐 아니라, 프라모델(플라스틱 조립식 완구)·피규어(모형) 등 이른바 '키덜트(Kidult·어린이 취향의 성인)' 제품 시장의 성장률도 60~90%까지 치솟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드론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2.4배에 이르렀다. 주요 드론 구매 계층은 30~40대 남성으로, 이들의 비중(55%)이 반을 넘었다. 이 같은 드론의 활약으로 전체 무선조종제품(드론·RC헬기·RC자동차 등)의 매출도 같은 기간 74%나 급증했다.

전시내 쿠팡 홍보팀장은 “최근 드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쿠팡은 단순 취미용 '미니 드론' 뿐 아니라 '팬텀2 비전 플러스(169만원 상당)' 등과 같은 전문 항공 촬영 기능까지 갖춘 고가·고급 제품도 함께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1월부터 지난달 9일까지 드론을 포함한 무선조종 헬기류의 판매량은 작년 동기의 3배 이상(208%↑)으로 급증했다. 특히 드론의 경우 최근 1개월의 판매 증가율(직전 1개월 대비)이 40%에 이를 만큼 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10일 기준 G마켓 'RC 완구' 부문 베스트셀러 1위 역시 드론이다.

현재 G마켓과 G9은 높이·너비가 4㎝에 불과한 3만원대 '미니드론 RC헬기'부터 300만원이 넘는 최고급형 'DJI 인스파이어 원'까지 다양한 드론을 선보이고 있다. 'DJI 인스파이어 원'의 경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20대가 넘게 팔렸다.

홍순철 G마켓 홍보실 차장은 "최근 드론이 히트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전체 무선조종류 품목의 성장까지 이끌고 있다"며 "드론 등 RC류 뿐 아니라 프라모델·피규어 등 키덜트 용품 시장도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덜트족은 단순히 장난감을 수집 대상이나 놀이 기구로만 머물게 두지 않는다. 이를 통해 적잖은 부수입을 올리고자 애쓴다. 실제 작년 6월16일 ‘맥도날드 대란’의 원인이었던 ‘해피밀 슈퍼마리오 피규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날 심야에 줄지어 기다려 슈퍼마리오 피규어인 ‘파이어 마리오’·‘부메랑 마리오’·‘피치 공주’·‘요시의 슈퍼마리오’ 등 4종을 품에 안은 사람 중 일부는 얼마 뒤 이들을 적잖은 프리미엄을 붙여 온라인 중고품 매매 사이트에서 되팔아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이 당시 시세는 피규어 1개당 가격이 해피밀 세트 원가(3500원)의 2~3배인 7000~9000원을 형성했다. 폭리를 취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사들인 사람들이 많아 올리는 족족 팔려나갔다.

여기서 해피밀을 사재기해 판매한 사람은 키덜트족이 아니다. 진짜 키덜트족은 이를 사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재기족을 통해서라도 그나마 슈퍼마리오를 샀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자신의 진열장을 모두 채우고 즐거워하다 훗날 돈이 필요할 때 되팔겠다는 것.

이는 국내외에서 과거 판매됐다 단종된 레고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현상인 ‘레테크’의 학습효과다. 레고의 경우 각 모델을 보통 2~3년 생산하다 단종하는데 레고는 마니아층이 많아 인기 모델은 중고품을 팔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드물고, 어쩌다 나올 경우 바로 고가에 팔린다. 그래서 인기 레고 모델을 사두면 괜찮은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레고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레테크라고 일컫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로보트 태권 V’를 활용해 캐릭터 사업을 펼치고 있는 스테츄&버스트 전문 제작사 태륜의 심태선 대표도 키덜트족에 머물지 않고 사업화한 경우다. 과거 일본 건담 캐릭터 등을 수집하던 심 대표는 ‘국산 캐릭터를 이용해 캐릭터 한류열풍을 일으키겠다’고 마음먹은 뒤 영화사 신씨네와 로보트 태권 V 캐릭터 상품 계약을 맺고 다양한 상품을 제작 및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가 증대, 과거를 그리워하는 30~40대 증가 등의 이유로 키덜트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일부 키덜트족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바탕으로 한 해당 분야에 관한 전문가적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개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적 지식을 바탕으로 특정 고객층(니치 마켓)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