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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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불안의 사회학 외

불안의 사회학(하인츠 부데 지음·이미옥 옮김·동녘·1만3000원)
= 독일의 대중적 사회학자인 저자가 독일 중산층이 무너지는 현상,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 등 사회에서 불안이 만들어지고 증폭되는 메커니즘을 파헤친 책이다. 과거에 비해 혼자 있는 것에 미숙한 현대인은 타인과의 유대관계에 집중한다. 그러나 오히려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공허함과 불안을 느낀다. 저자는 이러한 현대인의 불안을 시대에 따라, 종사 업종에 따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각 장에서 세밀하게 분석했다. 사회적 지위를 잃을까봐 불안감을 느끼며 자식 교육에 집착하는 독일 중산층 부모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운다(석영중 지음·예담·1만7000원)= 노어노문학자인 저자 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소설 ‘죄와 벌’을 통해 오랫동안 골몰한 자유의 문제를 독자와 함께 고민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 작가 중 자유에 관해 가장 많이, 심각하게 고민한 작가다. 그는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발목에 족쇄를 찬 채 옥살이를 하며 자유의 부재가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체험했다. 그래서 그의 자유론에는 다른 작가가 흉내 낼 수 없는 현실감이 담겨 있다. ‘죄와 벌’은 자유에 대한 그의 고민이 가장 잘 드러난 소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를 통해 인간의 정신이 부자유에서 자유로 나아가는 여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출발해 ‘나는 자유로운가’, ‘자유란 무엇인가’, ‘왜 자유를 추구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구한다.

동아시아는 몇 시인가?(미야지마 히로시, 배항섭 엮음·너머북스·2만9000원)= 책은 ‘동아시아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해 동아시아 국가 간 교류사나 19세기 동아시아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유교와 같은 세부적인 주제로 논의를 발전시켜간다. 서구적 근대가 만든 표준적인 역사인식이나 시간관으로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구’와 ‘근대’의 틀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역사상을 새롭게 재정립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서 2012년부터 약 4년 동안 진행한 ‘19세기의 동아시아’ 연구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참수리, 한강에서 사냥하다(박지택 글, 사진·지성사·1만9000원)=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한강변에서 산책하다 우연히 만난 참수리의 매력에 빠져 겨울방학 때마다 참수리를 촬영해 기록으로 남겼다. 겨울 철새인 참수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세계적인 보호 대상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개체 수도 전 세계를 통틀어 5000여 마리에 불과하다. 저자는 오랜 관찰 끝에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참수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참수리들에게 ‘왕발이’, ‘멋쟁이’, ‘검댕이’ 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마치 겨울 의식을 치르듯 참수리의 월동생활을 추적한다.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배경식 지음·휴머니스트·1만3000원)=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인 저자는 ‘독립운동가 이봉창’보다는 ‘인간 이봉창’에 더 주목한다. 1932년 1월 8일 일왕 히로히토를 겨냥해 수류탄을 던진 이봉창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영화와 음악을 즐겼고 카페와 유곽을 드나들면서 근대 소비문화를 누렸던 이봉창이 어떤 계기로 일왕에게 수류탄을 던진 독립운동가가 됐는지를 다큐멘터리 픽션 형식을 통해 짚어간다. 2008년 10월 발행된 ‘기노시타 쇼조,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다’의 개정판이다.

브라질 사람들(호베르뚜 다마따 지음·임두빈 옮김·후마니타스·1만2000원)= 브라질의 공식적인 역사와 정치, 경제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브라질 사람들의 생생한 속살과 독특한 삶의 방식을 설명한다. 저자는 ‘소문자 브라질’과 ‘대문자 브라질’의 개념 구분을 강조한다. 그는 책을 통해 브라질 국민과 그들의 일상으로 이뤄진 ‘소문자 브라질’을 다루며 브라질 사람들이 가지는 독특한 생각의 문법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한국 사람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브라질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차근차근 설명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