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V-리그 개막 전 대한항공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두터운 날개공격수 진용 덕분이다. 김학민-신영수의 공격형 레프트, 곽승석-정지석으로 이어지는 수비형 레프트 등 어느 팀에서도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4명의 레프트 공격수들이 포진해 상대팀 유형에 따라 조합을 고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김 감독의 걱정과 달리 김학민은 블로킹 4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9점을 터뜨리며 대한항공의 3-0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공격종합 전체 1위(58.40%)답게 이날 공격성공률은 78.95%에 달했다. 다만 1세트 점수차가 벌어졌을 때 투입한 신영수-곽승석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곧바로 교체되어 나왔고, 이후 두 번 다시 코트를 밟지 못했다. 셧아웃 완승에도 김 감독이 실컷 함박웃음을 짓지 못하는 이유다.
김학민은 “좋은 음식도 많이 먹고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휴식 시간도 많이 갖는다. 군 입대 전보다 몸 상태는 더 좋다”며 사령탑의 걱정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학민도 어느덧 한국나이로 서른넷이다. 장기레이스엔 체력 안배가 핵심이다. 김학민이 지금의 고감도 공격성공률을 유지해야 V-리그 첫 챔프전 우승이 가능한 대한항공으로선 신영수의 반등이 필수다.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로도 뛰던 곽승석은 신예 정지석의 급성장에 밀려나는 모양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정지석은 3년차 만에 자신의 잠재력을 만개시키고 있다. 다만 올 시즌이 풀타임 주전 첫해라 언제라도 침체기가 찾아올 수 있다. 반드시 곽승석의 보조가 필요하단 얘기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자신의 진가를 경기에서 보여줘야 원하는 몸값을 받아낼 수 있다. 개인을 위해서든 팀을 위해서든 곽승석의 부활이 절실하다.
구미=남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