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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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믿는 구석이 있나… 또 '핵도박' 감행한 이유는

“북, 웬만한 제재엔 내성… 군사 압박 없을 거란 점도 간파”
집권 5년차에 접어든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4차 핵실험이라는 ‘핵 도박’을 감행한 것은 추가 핵실험의 기회비용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는 국제정치의 빈틈을 교묘히 파고든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정은 체제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얘기다.

북한은 공식 매체를 동원해 ‘핵·경제 병진 노선’ 관철을 부르짖으며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군사적으로 억제할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간파했다는 얘기다. 

보수단체 “김정은 아웃”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규탄 집회를 열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얼굴 사진을 붙인 마네킹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도 기존의 도발에 따른 외교적·경제적 제재가 북한에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수준은 아닌 데다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부분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제재 내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웬만한 제재로는 북한을 아프게 하기도,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료는 “우리 정부부터 실질적으로 북한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압박 수단이 뾰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제재 수단을 강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동안의 제재라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위협하는 제재도 아니었고 불편하게 느끼는 수준의 제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일본서도 규탄 시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도쿄지방본부 회원들이 7일 오전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본부 인근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북한이 장기적으로 ‘악수’일 수밖에 없는 핵실험 도발을 반복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기술적 요건만 갖춰지면 핵실험은 언제든 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것”이라며 “핵실험에 따른 북·중관계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이 최종적으로 북한을 망하게 내버려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김정은 체제는 핵 도발에 따른 기회비용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감수할 만하다는 판단을 했기에 4차 핵실험 같은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라며 “지금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것이 ‘말로만 때우는’ 제재였고 중국이 북한의 도발 초기에는 강력한 제재에 동참할 것처럼 하다가도 결국에는 발을 뺀 것을 보고 빈틈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전과 달리 사전에 북한에서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한 중국이 이번에도 북한을 지속적으로 감싸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책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의지할 곳은 중국뿐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국과 북한의 공통점은 사라지고 차이점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며 “북한이 원하는 당 대 당 특수관계로 중국과의 관계를 끌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