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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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국민의당… 정체성 논란에 세불리기도 주춤

대통령 서명 입장 또 엇박자
대변인 논평 하루 만에 번복
한상진 사과 이어 김구 참배
“쟁점법안 교착은 양당 카르텔”
안철수 공개회의서 첫 여 비판
오늘 원내대표 합의 추대키로
국민의당이 창당준비위 발족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변인 논평을 하루 만에 번복하는가 하면, 제2야당임에도 집권 여당에 대한 공격은 한 발 늦고 있다. 중간지대를 확보하겠다는 욕심이 좌충우돌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 확산에도 비상등이 켜지며 이번주로 예상됐던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미뤄지고 있다.

◆꿩 먹고 알도 먹으려다 좌충우돌… 정체성 논란

가장 큰 위기는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촉발된 정체성 시비다. 한 위원장은 20일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방문해 “국민의당은 김구 선생의 국민통합과 광복의 정신을 잇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 4·19 관련단체 방문에 이은 사태수습 행보다.

국민의당(가칭)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왼쪽 세번째), 김한길(왼쪽 다섯번째) 의원 등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소속 의원단 회의를 열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최원식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 촉구 서명운동 참여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이날 “발언의 취지가 잘못 이해됐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어제까지 정체성을 같이했던 동지들이 탈당한 이후 정체성에 배반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기조회의에서 한 위원장을 필두로 박 대통령의 서명운동 참여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당이 논평과 발언에서 잇따라 ‘헛발질’을 하는 것은 기존 야권과 각을 세우면서도 야권 지지층을 끌어들여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강정책 등 당 골격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안마다 각을 세우려다 보니 실수가 잦다는 분석이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찬성 방향을 밝힌 기업활력제고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의 처리를 두고 기존 야권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문병호 의원도 브리핑을 열어 테러방지법에 찬성했다는 비판에 “새누리당 원안에 찬성한 것이 아니라 수정된 안을 찬성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등 현안 처리 교착 상태를 ‘양당 카르텔’로 칭하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3당의 정체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안 의원이 공개회의에서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것은 처음이다. 첫 회의에선 더민주에 대한 지적이 더 많았다. 그는 “새누리당 지지율을 30% 아래로 내려가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비상등 켜진 세 확산… 교섭단체 구성 늦어져

국민의당은 당초 이번주까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이번 주말, 내주 초 등으로 그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탈당 흐름이 끊기고 있어서다. 박영선 의원도 당 잔류에 무게가 실리고, 최재천 의원은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19일 저녁 김한길 의원과 함께 국민회의(가칭)의 천정배 의원을 만났는데, 통합과 관련한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합류를 미루던 신학용 의원이 전날 당에 합류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얽매여 안 의원의 원칙(부정부패 척결)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신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안 의원의 원칙은 당 참여가 아니라 공천과 관련된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박지원 의원의 탈당이 곧 가시화될 것”이라며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아이들미래위 발족을 선언하고 천근아 연세대 교수를 대표에 임명했다. 첫 의원단 회의에선 21일 원내대표를 합의추대키로 결정됐다. 후보로는 주승용·문병호 의원이 거론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