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이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28일 방송에서 손 앵커는 "어제(27일) 영화기자들이 주는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이 있었다. 수상자 중 눈에 띄는 한 분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용관 위원장을 소개한 그는 "현직 영화제 위원장에게 상을 준 건 처음이기도 하고, 재작년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작으로 올린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관(부산시)의 개입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라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시상식에서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감사하다" "겨울이 있다면 곧 봄도 오지 않겠는가" 등의 수상소감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방송에서 그는 "표면상으로는 BIFF 20주년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에 그 공적을 치하한다라고 했지만 요즘 저희들이 1년 반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 좀 더 용기를 내라. 또는 좀 더 잘해라라는 채찍질도 포함된 격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손 앵커는 이 위원장에게 "다시 그 상황이 온다고 해도 역시 상영작으로 선택을 하시겠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상영을 할 수밖에 없고, 김동호 위원장님부터 저로 이어져 온 20년 동안 (상영은) 위원장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들, 선정위원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침해하지 않는 것을 묵계나 룰로 삼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경우(상영하지 말라는 관의 압력)가 있어도 틀 수밖에 없다"면서 "20년 동안 약 5000편이 넘는 영화를 상영해왔고 또 400만명의 관객, 그리고 30만 명의 외국인들이 다녀갔다. 그것은 '다이빙벨'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7회 올해의 영화상'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이 '올해의 영화인'상을 받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에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인들까지 팔을 걷어부친 상황.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부담스럽기보다는 고맙다"며 국고의 지원을 받는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외홍과 내홍을 다 겪어왔고 해외의 베를린, 칸 등 국제영화제들도 역사적으로 굴곡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열린 19회 때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부산시로부터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위원장이 사퇴 압력을 받았는가 하면, 20주년을 맞은 영화제에 대한 국고 지원도 줄었다. 이에 배우 강수연이 중재자 및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나서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와의 갈등은 끝난 게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부산시가 다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사무국장 등을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영화제 측은 "부산시의 의도는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 조치"라며 고발을 즉각 철회할 것을 부산시에 촉구했다.
지난 23일에는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5곳의 관계자들이 모여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빌미로 부산시가 보여준 행태, 작품 선정 과정에 대한 외압과 검열,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과 검찰 고발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해외영화인들은 SNS를 통해 영화제 '표현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유키사다 이사오(일본), 우밍진(말레이시아), 수프리오 센(인도), 앤서니 첸(싱가포르), 아딧야 아사랏(태국) 등 아시아의 감독들과 유니 하디 싱가포르영화제 집행위원장(태국)·프레디 올슨 예테보리영화제 프로그래머(스웨덴)·요시 야타베 도쿄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일본) 등 영화제 관계자들은 'BIFF를 지키자'는 메시지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기요시 감독은 "세계 영화의 자유를 지키는 곳, 그곳이 부산이다"라고 외쳤고, 테라와키 켄 일본문화청 문화부장은 "BIFF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것이다.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JTBC 방송 캡처, 한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