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신규통장 발급요건 강화, 지연인출제도 확대 등의 금융사기 방지대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금감원에 신고된 대포통장 발생건수는 875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1만 8848건)에 견줘 53.6% 감소한 수치다. 대포통장은 실제 통장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통장을 말하는 것으로 금융사기, 횡령, 탈세 등 각종 범죄에 많이 쓰인다.
대포통장 발급건수는 지난 2014년 상반기 1만 8822건을 기록하다 같은 해 하반기 2만 8080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상반기 1만8848건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하반기에는 1만건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금융사기 수단인 대포통장이 줄어들면서 피싱사기 피해건수도 감소했다.
피싱사기 피해건수(전자통신금융사기 피해구제신청 기준)도 대포통장 발생건수와 비슷한 패턴을 보여 2014년 상반기 1만 1718건에서 같은 해 하반기 2만 860건으로 늘다 작년 상반기 1만 5563건, 하반기 5322건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피싱사기 피해액도 2014년 상반기부터 반기별로 각각 571억원, 1066억원, 992억원, 406억원으로 2014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강력하게 실시한 대포통장 및 금융사기 억제 노력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은행권으로 하여금 신규 통장 발급요건을 까다롭게 조처한 게 효과를 봤다.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지난 2014년 8월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대책협의회'를 통해 대포통장 과다 발급 기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기당 신규 개설 계좌 1000개 중 금융사기에 악용된 대포통장의 개수가 2개 이상인 은행으로부터 개선계획을 제출받기로 했는데, 이는 은행권이 신규통장 발급요건을 강화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금융당국의 대포통장 근절대책과 맞물려 은행 자체적으로도 대포통장 발급실적을 성과평가지표(KPI)에 반영하는 등의 방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1년 이상 쓰지 않은 계좌의 하루 인출한도를 줄이고, 지연인출제를 확대 시행한 점도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금융당국은 작년 4월 금융권의 장기 미사용 계좌의 자동화기기 인출한도를 1회 100만원, 1일 600만원에서 모두 70만원으로 낮췄다. 한달 후엔 종전 100만원 이상 인출 시 10분 지연에서 30분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올해부터 대포통장을 매매하기 위한 광고만 올려도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처벌수위를 높혀 앞으로 대포통장 예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일각에선 대포통장 방지대책이 지나치게 엄격해 선의의 피해자를 낳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새로 통장을 발급받을 때다. 서울 거주 회사원 A씨는 "직장 근처에서 새로 통장을 만들려고 했지만, 거주지와 멀다는 이유로 통장을 발급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 은행에 들러 100만원 이상 송금을 시도하면서 30분 넘게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며 지연인출제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 감축을 위한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일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권과 함께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금융사기 방지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금융사기를 근절하려면 대포통장뿐만 아니라 대포폰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금융권 안팎에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신규거래자를 대상으로 입출금통장을 개설하지 않는 한 금융사. (우)대포통장 방지 포스터. ⓒ오현승 기자. |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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