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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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봄날은 언제…구본무 회장 "더 미룰 수 없다" 천명

LG 최고경영진, 27~28일 '글로벌 CEO 전략회의'

"절박함 갖고 선제대응"…철저실행→실질변화 촉구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에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LG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우리의 사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합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경기도 이천 소재 LG인화원에서 개최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에서 최고경영진에게 선제적인 변화와 혁신을 신년사에 이어 재차 강조했다.

LG 최고경영진 40여명이 모여 이틀간 20여시간에 걸쳐 글로벌 경제 및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토론했다. 그만큼 이번 CEO 전략회의 분위기는 비장했다. 구 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중요 최고경영자가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글로벌 경영 환경과 경쟁 양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절박함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생산,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모든 경영 활동을 제대로 재점검하고 혁신해 차별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신년사에서도 구 회장은 “산업 구조의 변화와 경쟁의 양상을 정확히 읽고 우리의 사업 구조 및 방식을 면밀히 파악해 근본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올 한해 추진과제로 ▲사업구조 고도화 ▲사업방식 혁신 ▲철저한 실행과 실질적인 변화 등 3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LG 냉장고 50년 인포그래픽. 자료=LG전자
◆ 그룹양축 ‘전자-화학’ 동반부진…제품차별화·사업재편 동시추진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6조5090억원으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4.8%나 줄어 1조1923억원으로 집계됐다. LG전자는 2009년 2조88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2010년 2412억원, 2011년 3392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어 2012년 1조2400억원, 2013년 1조2490억원, 2014년 1조8286억원으로 점차 확대되는듯하다 지난해 다시 증가세가 꺾였다.

LG전자의 끝 모를 부진에도 전자계열 실적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LG디스플레이도 흔들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606억2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0.3%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은 7조4957억원으로 10.1% 축소됐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236억원으로, 일 년 사이에 28.8% 쪼그라들었다. 매출도 6조1381억원으로 5.1% 줄었다.

전자계열과 함께 그룹 내 최대주력인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406억원, 영업이익 352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이 52% 늘어났다. 하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2.6%, 35.6% 각각 줄어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 사업에서의 추락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는 작년 3분기(영업적자 776억원)에 이어 4분기에도 438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2분기 연속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LG전자는 새해 초부터 ‘K시리즈’ 보급형모델을 서둘러 출시했다. K10에 대한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다음 달 공개할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G5’ 판매성적이 실적호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G5’ 신제품 효과에 따라 올해 1, 2분기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패널 가격이 크게 떨어져 비상이 걸린 LG디스플레이도 차별화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실리폴리콘과 카자흐스탄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의 신규 투자를 철회했다. LG화학이 신성장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사업재편에 나섰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10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태양에너지 전시회인 ‘인터솔라 2015(Intersolar 2015)’를 통해 태양광 모듈 신제품 ‘네온2(NeON2)’를 공개했다. ‘네온2’는 6형대(15.67㎝) N타입 웨이퍼 기준 19.5%의 세계 최고 모듈 효율을 달성한 초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이다. 사진=LG전자
◆ 주력사업, 프리미엄전략 ‘수익성 강화’…新성장동력, 자동차부품·에너지솔루션

LG는 주력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신(新)성장사업을 통한 사업구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사업의 경우 LG전자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울트라HD(초고화질) TV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신장을 통해 매출 증대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다. 스마트폰은 G시리즈, V시리즈와 병행해 보급형모델의 디자인과 라인업,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올레드 패널의 생산성 향상과 시장 수요 확장에 대응해 LG디스플레이는 올 한해 설비투자 총액 4조~5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올레드에 투입, 미래 준비 및 기술격차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기초소재, 정보전자소재 분야에서 기술차별화 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성과 고객기반 강화에 나선다.

신성장사업에서는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등 B2B(기업 간 거래)사업 집중 육성에 분발해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한다. 자동차 부품 사업은 LG전자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전략적 파트너 선정과 같은 수주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미래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의 수주 우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생산체제를 늘려 친환경차 시장 성장에 대비한다.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한 파리협정 타결로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라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 효율적 사용에 이르는 ‘완결형 밸류 체인’을 갖춰 제품과 서비스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복안을 세운 상태다.

세계 최초로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력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LG화학은 전력망 및 주택용 ESS 배터리 라인업 강화로 시장 주도권 및 경쟁 우위를 계속 점유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태양광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효율 프리미엄 태양광 모듈의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또 축적된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력을 보유한 LG CNS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 등의 운영 경험을 축적해 국내외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세계 5개국,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단독공급 계약을 체결한 수처리 필터 사업 확장에 나서는 한편, 동부팜한농 인수로 농화학 관련 사업을 에너지, 수처리와 같은 미래 신사업으로 삼아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LG이노텍도 디지털 기기의 슬림화, 소형화에 따라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소재 및 소자 사업을 제2의 신사업으로 키운다.

LG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적극적인 미래 준비와 차별화된 고객가치에 집중해 시장을 선도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CEO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