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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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3분간 못버티고 내리 3골… 신태용호 ‘도하의 굴욕’

AFC U-23 챔피언십 한·일 결승전 2-3 역전패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것은 ‘도하의 굴욕’이라고 할 만하다.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무릎을 꿇은 것은 한·일 축구역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30일 카타르 도하의 레퀴야SC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최종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후반 23분간 내리 3골을 내줘 일본에게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눈앞에서 아시아 정상을 놓친 셈이다.

한국은 일본과 올림픽 대표팀 간 경기에서 최근 2연승 뒤 패배를 당해 통산전적 6승4무5패를 기록했다. 더불어 올림픽 최종예선 무패행진도 34경기(25승9무)에서 멈춰 섰다.

허탈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게 2-3으로 역전패를 당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올림픽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미 이룬 한국 대표팀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결승 한·일전에서 후반 중반까지 2-0으로 앞서 기세를 올려 무난히 일본을 제압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진 후반 23분간을 버티지 못하고 3실점하고 말았다.

한국올림픽 대표팀은 전반 20분 권창훈(수원 삼성)의 선제골과 후반 2분 진성욱(인천 유나이티드)의 추가골로 일찌감치 앞서 나갈 정도로 일방적인 분위기였다. 선수들 마음속에 샴페인이 일찍 터진 게 화근이었다. 깜짝 발탁된 진성욱은 1골1도움을 기록, 소속팀으로 돌아간 공격수 황희찬(20·잘츠부르크 레드불)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꿔줬다.

그러나 어렵게 득점한 뒤 세 골을 너무 쉽게 내준 과정이 아쉬웠다. 집중력 부족으로 수비라인이 한 번에 속절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회 내내 선제골과 추가골을 터뜨리는 등 공격에 비해 허술하던 올림픽 대표팀 수비불안의 문제점을 실감했다. 앞으로 7개월 남은 리우올림픽 본선까지 체력 및 수비 개선이 시급함을 확인해준 ‘도하의 굴욕’이었다.

수비라인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일 때 교체멤버 투입 등으로 수비안정을 다져 상대의 흐름을 끊지 못한 사령탑의 전술 부재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특히 교체멤버로 투입된 2015 J리그 신인왕 출신인 아사노 다쿠마의 공간침투를 막지 못하며 2골을 내줬다. 2골 모두 중앙 수비에 허점을 드러냈다.

올림픽 대표팀은 후반 36분 아사노에게 역전골을 맞은 뒤 재동점골을 노리며 파상공세를 폈지만 끝내 득점에 실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의 동메달을 뛰어넘겠다고 호언한 신태용호는 와일드 카드를 중앙 수비수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올림픽 대표팀 중앙 수비에는 경험과 리딩 능력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몸싸움과 경기운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분루를 삼켰던 일본의 마코토 데쿠라모리 감독은 패스와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축구색깔을 바꾸는 중이다. 충격패가 된 이번 한·일전은 신태용호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