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이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임을 폐지하는 등 파격적인 경영 투명성 제고를 통해 ‘주주 친화 경영’에 나서면서 다른 기업들의 동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정관이 변경될 경우 사외이사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정관에 따라 현재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역대 CEO들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했다.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도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르도록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사외이사 5명 중 2명을 재선임하고 1명을 교체할 계획이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로 선임될 예정이다.
또 ‘제3자 신주’ 발행도 전체 발행주식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하고, 분기 배당 시행에 대비한 조문도 바꾸기로 했다. 한자투성이의 정관은 현대적인 한글로 전면 바뀐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경영 투명성 제고 조치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글이나 애플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애플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팀 쿡을 제외한 나머지 6명 모두 사외이사이고 의장도 바이오 기업 CEO 출신 아서 레빈슨이 맡는 등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색깔내기라는 분석엔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 선임 문제는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로, 이사도 아닌 이 부회장이 언급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내달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고 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