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감속에서도 “지금이 투자적기”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가치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저평가 우량주를 사야 할 때”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 가치투자의 고수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과 존 리 메리츠사산운용 대표가 그런 부류다. 이들은 “지금이 주식 투자의 적기”라며 현 시점에서 가장 투자 유망한 자산으로 주식을 꼽았다.
리 대표도 “항상 공포가 공포를 유발할 때가 투자 타이밍”이라며 “이럴 때가 가장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아침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임 위원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지표를 보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향후 상승할 잠재력이 어느 시장보다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길게 보면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낼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위가 밝힌 국가별 주식시장 PBR는 미국 2.47, 영국 1.56, 중국 1.13, 일본 1.08배인 데 비해 한국 증시는 0.84에 불과하다.
PBR는 주가를 1주당 순자산(장부가격에 의한 주주 소유분)으로 나눈 값으로 1미만이면 주가가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상태임을 의미한다.
물론 세계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신중론이 만만찮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저가 매수 타이밍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만큼 불확실성이 가신 뒤에 전략을 세우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당장 이번주 정도는 반등할 수 있지만 앞으로 계속 약세 분위기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지속된다면 우리 증시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코스피 1800선과 코스닥 600선의 지지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속에서도 당장의 반등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들은 적잖다.
당장 이날 춘제 연휴를 마친 중국 증시는 연휴 기간의 악재를 반영하며 2% 이상 하락 출발했지만 낙폭을 줄여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일본 증시는 7%대 폭등장을 연출했고, 한국 증시는 코스피가 1.47%, 코스닥은 2.12% 급등했다.
연휴 악재에도 중국 증시가 차분하고 지난 주말 국제유가가 급반등한 데 이어 미국·유럽 증시가 반등하면서 얼어 붙었던 투자심리가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기 안정을 기대하기엔 불안한 변수들이 너무 많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올라FN 강관우 전 대표는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냐, 주요 20개국(G20) 간 정책공조의 컨센서스가 이뤄질 것이냐가 글로벌 증시 흐름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