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축구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토트넘은 130년을 넘는 역사를 지닌 구단이지만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의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기 전인 1961년 1부 리그에서 우승 컵을 들어올린 게 마지막이다. 1990년대 초 골잡이 게리 리네커, 5년 전에는 중원의 지휘자 루카스 모드리치(크로아티아), 개러스 베일(웨일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등 숱한 스타를 배출했지만 늘 2%가 모자랐다. 최근 5년 동안 4∼6위권에서 왔다 갔다 하며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정상을 밟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왼쪽)이 15일 잉글랜드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맨체스터=AP연합뉴스 |
토트넘은 리그 우승을 다투는 4위(승점 47) 맨시티의 노련한 플레이에 밀려 슈팅 숫자에서 6-19로 크게 밀렸지만 골잡이 해리 케인(24·잉글랜드)과 이날 24번째 생일을 맞은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의 후반 연속골을 앞세우며 거함을 무너뜨려 정상 다툼에 나선 것이다. 토트넘은 지난해 9월26일 홈에서 맨시티에 4-1로 대승을 거둔 데 이어 2연승을 올렸다.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선두 레스터시티와는 불과 승점 2차다. 지금의 기세라면 우승을 넘보기에 충분하다.
2경기 만에 다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오른쪽 공격수로 나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지만 특별하지는 못했다. 손흥민은 무난한 활약을 펼친 끝에 후반 27분 교체돼 나갔다.
과거 이영표가 활약해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토트넘은 멤버가 화려하지 않지만 올 시즌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확실한 골잡이가 없어 늘 한방이 부족했던 토트넘은 리그 득점 2위(16골)인 해리 케인을 위시해 ‘영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드필더 라인은 리그 최강으로 꼽힌다. 좌우 공격수인 에릭센(6골)과 손흥민(2골)을 위시해 공격형 미드필더인 델레 알리(20·잉글랜드·7골) 외에도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출신인 에리크 라멜라(24·3골), 클린턴 은지에(22·카메룬) 등 가용 자원이 충분하다. 4-2-3-1 포지션을 주로 쓰는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풍부한 2선 공격 자원에 대해 동기 부여와 체력안배를 통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득점포가 어디서 터질지 모를 정도로 공격라인이 다양한 게 토트넘의 최대 강점이다.
게다가 26경기에서 20골(경기당 0.77골)밖에 실점하지 않은 리그 최고의 짠물수비도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무려 53골(경기당 1.4골)을 내줬던 토트넘은 벨기에 출신의 센터백 듀오인 얀 베르통헌(29), 토비 알데르베이럴트(27) 등을 내세워 안정적인 수비벽을 구축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