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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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연봉 드러날까…'상위5위' 미등기 임원도 공개

개정 법안 정무위 통과…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이르면 2년 뒤에는 대기업 총수 가운데 누가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지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시장 참여자들은 증시에서 누가 어떤 종목을 얼마나 공매도하는지 공시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에는 연간 보수 상위 임직원 5명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 임원은 의무적으로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후 보수 공개를 꺼리는 재벌 총수들이 대거 등기 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임원 보수 공개 의무화 제도의 빛이 바랬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 개정안이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총수 일가 상당수는 보수 공개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재벌 총수와 일가가 연봉이 공개되는 전문 경영진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재벌 총수는 지금도 등기 임원으로서 보수를 공개하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기업에서 받는 보수는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삼성전자[005930]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물산[028260] 사장은 미등기 임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8월 사면복권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현재는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지 않다. 책임 경영을 위해 조만간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등기 이사 자리에 복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SK그룹 측 설명이다.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은 2002년 이명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신세계 등기 임원에 올랐다가 보수 공개를 앞둔 2013년에 미등기 임원으로 물러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등기 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어 보수가 공개되지만 이는 예외적인 사례로 손꼽힐 정도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들이 받는 전체 보수의 규모를 한층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수 일가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연봉을 일부러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별로 5위권밖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연봉 노출을 피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이번 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미등기 임원으로서 높은 보수를 받는 이들은 대부분 총수와 그 일가"라며 "그동안 총수 일가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 보수 공개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안 마련은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개정안은 보수 공개 제도 개편 이후 2년간을 유예 기간으로 지정해 해당 기업이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재는 분기마다 하게 돼 있는 임원 보수 공개를 연 2회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해 기업 측의 부담을 줄여줬다.

또 이번 개정안은 대량 공매도를 할 경우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현재는 일정 비율 이상 공매도를 한 기관이나 개인이 금융감독원에 자신의 공매도량을 보고하지만 시장에 공시할 의무는 없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누가 얼마나 공매도를 하는지 시장 참여자 누구나 알 수 있게 돼 정보의 비대칭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통해 정해야겠지만 특정 종목의 0.5%가량 이상을 공매도하는 경우에 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에게 고객 응대와 관련된 상담원 등 감정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도 들어있다.

한편 이날 정무위는 주식, 국채, 사채, 수익권 등 유가증권을 종이가 아닌 전자 형태로 대체하는 내용의 전자증권법도 처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상장 주식과 사채는 반드시 전자 형태로만 발행해야 하며 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발행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