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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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신 3배 … 할리우드의 속보이는 남녀차별


미국 남자 배우들이 최근 들어 출연작에 노출신이 부쩍 많아졌다고 푸념하기 시작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의 헨리 카빌은 “웃통을 노출하거나 섹스어필하는 장면이 많아졌다”며 “명백한 이중잣대”라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존 스노우’로 분한 킷 해링턴 역시 “늘 섹시한 남자처럼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는 게 약간은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이 2014년 북미 박스오피스 톱100을 분석( http://goo.gl/033WsL)한 결과 남자 배우가 성적으로 자극적인 복장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2007년에는 4.6%였고 2013년엔 9.7%였다. 남자배우의 노출신은 2007년 6.6%에서 2013년 11.7%까지 늘었다가 2014년 9.1%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여배우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USC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여배우들이 과다하게 섹스어필하는 복장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27.9%이고 가슴이나 허벅지, 다른 주요 신체 부위를 노출한 장면은 26.4%였다. 여배우들은 남자 배우들보다 3배가량 성상품화에 동원된 것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남녀 차별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14년 북미 흥행작 가운데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여배우는 전체의 3분의 2가 넘었다. 남자 출연배우는 절반 이상이 대사를 한 마디 이상 했다. 주조연 등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여배우도 남자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2014년 흥행작 100편의 영화 가운데 주조연급 남자 배우는 79명인 반면, 여배우는 21명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여배우들은 남자에 비해 스크린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설령 등장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성적인 코드로 소비되기 일쑤”라며 “남자 배우가 쓸데 없이 자신을 벗기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 있으나 정말 문제인 것은 왜곡된 취향으로 남녀 배우들을 대하는 영화업계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