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13일 20대 총선 개표가 진행되면서 최대 120석을 얻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자 크게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자신들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국민의당에게 거의 전패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이내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하게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는 ‘반쪽짜리 승리’인 셈이다.
당선자 스티커 붙이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당선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더민주는 경기 지역(60개 지역구)에서도 39곳에서 당선이 유력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누리당은 20곳에서만 확실한 우위를 점했을 뿐이다. 나머지 1곳은 정의당이 차지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격전지인 수도권에서 더민주의 완승이 거의 굳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이 현실로 확인되자 상황실이 술렁였다. 개표가 진행되며 광주·전남 18개 선거구(광주 8개, 전남 10개) 중 국민의당 후보가 16개 선거구에서 앞선 반면 더민주는 담양·함평·영광·장성 단 1곳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나자 지도부의 표정도 굳어졌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날 지원유세를 펼쳤던 순천에서조차 더민주 노관규 후보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뒤지자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전북 8곳 중에서도 2곳에서만 앞서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운데)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주위의 축하를 받자 답례 인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
또한 문 전 대표의 거취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야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선거 막판 호남 지역을 방문해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계은퇴와 대권 불출마를 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이번 성적표대로라면 문 전 대표는 약속대로 스스로 정치생명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수도권의 선전을 내세워 유야무야 넘어가기에는 호남에서의 완패의 충격이 너무 크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