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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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파동·민생 외면… 오만한 새누리에 민심 등 돌려

집권여당 과반 의석 실패 왜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침체와 높은 청년실업률에 따른 민심의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렸지만 이를 외면한 채 공천파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선거 초반 180석을 운운하는 등 오만한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등 당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 종합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가 나오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원 기자
◆공천 파동… 결국 지지층 외면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천 파동을 꼽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공천 갈등을 지켜본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도 “공천에서 보여줬던 지나친 독선적인 모습으로 지지층 결집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은 친박(친박근혜)계의 무리한 비박(비박근혜)계 물갈이에서 시작했다. 친박계는 박근혜정부 후반기 국정 안정을 명분으로 삼아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20대 국회에 진입시키기 위해 공천에 개입했다. 지도부 인적 구성에서 수적으로 우세한 친박계는 비박계의 반대에도 이한구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밀어붙였다.

타깃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였다. 친박계는 공개적으로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를 정조준하며 현역 물갈이를 시도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8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씻을 수 없는 잘못을 했다”며 컷오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대구지역 현역 물갈이 비율은 75%로, 수도권 25%, 부산 0%와 비교하더라도 월등하게 높았다. 당내에서도 보복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위적인 물갈이는 유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의 탈당 명분이 됐고, 대구가 선거 초반 ‘백색 바람’의 근원지가 됐다. 공천 과정에서의 극심한 계파 갈등, 진박 마케팅, 옥새 파동은 야권이 분열돼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던 수도권 선거에 역풍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투표 불참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지역 투표율은 54.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여당 텃밭인 부산(55.4%), 경북(56.7%), 경남(57.0%)도 전국 평균 투표율(58.0%)을 밑돌았다. 친박계가 막판 무릎을 꿇으며 “박 대통령을 도와 달라”고 읍소를 했음에도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데 실패한 셈이다.

텅텅 빈 당선자 표시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 종합상황실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당선자 표시도 하지 않은 종합상황판에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제원 기자
◆집권여당 면모 보여주지 못한 선거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집권여당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도 패인으로 꼽힌다. 더민주가 오래전부터 “문제는 경제”라는 콘셉트로 경제 이슈를 겨냥한 상황이었다. 신 교수는 “경제 문제를 총선 이슈로 제기한 것은 효과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새누리당이 내세운 전략은 “문제는 정치”였다. 야당의 발목 잡기로 경제활성화 입법이 지연됐다는 이유에서다.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인 정서를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계획이었다. 박 대통령도 총선 기간 중 국회 심판론을 내세워 선거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정부여당에 대해 불리하게 흘러갔다. 지난 2월 통계청의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2.5%로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제에 대한 국민의 위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민생고와 청년실업 등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형성되어 있었다”며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민생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공천 문제에 휩싸이자 심판론으로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친박계의 시도가 오히려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현 정부의 레임덕 진입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서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우리만의 잔치에 빠져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고 자성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