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육상 여자 100 2연패를 달성한 ‘땅콩 스프린터’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30·자메이카)가 리우 올림픽 여자 100 결선을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이는 3년 전 프레이저 프라이스의 훈련 파트너로 자메이카 대표팀에 발탁됐던 일레인 톰슨(24)이 자신의 뒤를 이어 새로운 ‘단거리 여왕’에 즉위했음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환호 일레인 톰슨이 1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100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
이날 경기는 ‘역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뜨거운 결선’이라고 불릴 만큼 우승후보가 즐비했다. ‘미국의 자존심’ 토리 보위는 10초83으로 은메달을, 3연패를 노리던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10초86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았던 다프너 스히퍼르스(24·네덜란드)는 10초90으로 5위에 그쳤다. 결선 출전 선수 8명이 준결선에서 모두 10초대를 기록했다.
톰슨의 이력은 ‘천부적 재능’과 거리가 멀다. 톰슨은 고교 졸업을 앞둔 2011년 저조한 기록 탓에 육상부에서 나온 적도 있었다. 당시 19살이던 그의 100 최고 기록은 12초01로 육상 단거리 강국인 자메이카에선 경쟁력이 없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지난 5년 사이 톰슨의 기량은 몰라보게 향상됐다. 2013년 11초41이던 개인 최고 기록은 2014년 11초17로 줄었다. 지난해엔 드디어 10초대인 10초84에 들어서면서 점차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는 10초70으로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00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400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톰슨은 지난해 말 자메이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코치 스티븐 프란시스와의 대화가 내 삶을 바꿨다”고 고백했다. 톰슨은 “코치는 당시 내가 ‘빅걸’(the big girl)과 함께 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걸 알려줬다”고 말했다. ‘빅걸’은 여자 400 우승 후보 1순위 앨리슨 펠릭스(31·미국), 톰슨과 100m 결선을 함께 뛴 여자 200 우승 후보 스히퍼르스 등을 가리킨다. 톰슨은 이날 결선을 마친 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내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좋았다. 자메이카 집에 큰 스크린이 있다. 지금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감격에 젖었다.
한편 우사인 볼트는 15일 오전 남자 100 올림픽 사상 첫 3연패에 도전한다. 볼트는 이날 남자 100 예선 7조에서 10초07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육상에서 20년 만에 올림픽 100에 출전한 김국영은 남자 100 예선 8조에서 10초37을 기록하며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8조 9명 중에는 7위, 전체 70명 중에는 공동 51위였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