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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투데이] 경제성장 했지만 행복해지지 못했고, 개선했지만 불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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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삶의 질’ 종합지수 /공교육 불신·사교육비 부담 큰데… 교육질 개선이 1위 ? / 국민 세월호 불안감 여전한데… 안전분야 종합지수 22% 상승 / 전체 소득·소비는 늘었다지만… 일자리 만족도 ↓… 고용 ‘후퇴’ / 가족·공동체 해체… 자살 증가 / 한국인 삶의 만족도 지속 하락… 통계청 “국민 체감 괴리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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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삶의 질도 나아질까. 통계청이 발표한 ‘삶의 질’ 종합지수를 보면 그러지 않은 것 같다. 경제성장은 토끼걸음인데 삶의 질은 거북이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공동체와 같은 지표는 되레 뒷걸음질쳤다.

통계청이 삶의 질 학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종합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6년 대비 2015년 28.6% 늘었지만 같은 기간 삶의 질 종합지수는 1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GDP 증가율의 41.3% 수준에 머문 것이다.

삶의 질 지표를 12개 영역별로 살펴보면 가족·공동체(-1.4%), 고용·임금(3.2%), 주거(5.2%), 건강(7.2%) 부문의 질은 종합지수 평균 증가율(11.8%)을 밑돌았다. 가족·공동체 부문 지표는 10년 전보다 악화했다. 가족·공동체 부문 세부 지표인 자살률(10만명 기준), 한부모 가구비율은 2015년 각각 26.5명, 9.5%로 10년 전보다 4.7명, 0.7%포인트 증가했다. 다른 지표인 지역사회 소속감은 2013년 64.0%에서 2015년 62.5%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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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임금 부문 부진은 월급이 늘었지만 일자리 만족도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주거 부문은 월세 증가, 출퇴근 시간 연장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강 부문은 기대여명이 개선됐음에도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늘고 당뇨·고혈압 유병률도 올라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교육(23.9%)과 안전(22.2%), 소득·소비(16.5%), 사회복지(16.3%) 부문은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국민의 체감 지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비교 지표로 쓰이는 갤럽자료를 봐도 2011년 이후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증가율 1위를 기록한 교육분야 종합지수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 등을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고등교육 이수율과 유치원 취원율, 대졸생 취업률 등이 지표상으로 개선된 점이 종합지수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 불안감이 높아졌는데도 안전분야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22.2% 상승한 점도 지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통계청은 그러나 주관적 인식인 사회안전평가는 세월호 사건이 있던 2014년 9.2% 급락했지만 도로사망률, 아동안전사고사망률, 산업재해율 등 객관적 지표가 꾸준히 개선돼 지수를 상승 견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표 개발에 참여한 ‘한국 삶의 질 학회’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임금 부문은 일자리 만족도, 실업률 악화 등으로 증가율이 평균보다 낮았고 소득·소비는 전체 경제성장에 영향을 받아 평균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며 “이 같은 괴리는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삶의 질 지표(80개)만 제공하고 종합지수 작성은 학회가 했다. 종합지수 작성은 표준화 및 가중치 산정 등에서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삶의 질 지표는 기존 국제기구 ‘웰빙’ 지수와는 달리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계청은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면서 “GDP 중심 경제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목표로서 질적인 성장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과 사회갈등 심화, 자살증가 등과 같은 새로운 사회문제의 등장으로 정책적 관심도 경제성장에서 국민 삶의 질 제고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삶의 질과 사회발전에 대한 측정 노력이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GDP 플러스 비욘드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존 GDP가 포착하지 못하는 삶의 질 지표가 우리나라만의 특색을 반영해 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얻고 나아가 정책 목표로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