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늘어나는 이자만 4조원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 변동금리는 즉각 반응한다. 이미 최고 5%대로 높아진 시중은행의 금리가 더 오른다는 얘기다. 한은 추산 결과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액은 2조3140억원에 이른다. 9월 말 현재 전체 가계 빚(1419조1000억원) 가운데 신용카드 이용액 등을 제외하고 가계가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1341조2000억원)을 변동금리 기준으로 산정했다.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과 고금리 빚을 지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금리인상기를 맞아 생사의 기로에 섰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하면 폐업위험도가 7∼10.6% 올라간다는 한은 연구결과가 있다.
취약차주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지난해 부실 위험가구가 126만3000가구,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186조7000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상환할 수 없고,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고위험가구는 31만가구(부채 62조원)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고위험가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 수는 34만가구로, 보유 부채는 71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금리를 올리는 이유 중 하나이면서 금리 인상으로 가장 큰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실이나 연체가 늘어나면 은행 건전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p 인상했다. 하상윤 기자 |
금리인상은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준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전반적으로 파급효과가 미치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언주 의원(국민의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분기거시계량(BOK21)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은 0.05%포인트 낮아진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최근 경기 회복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의존하고 있어서 지금 경제 상황이 금리를 올려 과열을 막아야 하는 정도인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 가계는 이자 비용이 커지면 소비를 줄여 대응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가구 실질소득은 8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고, 체감경기도 식어가는 상태다.
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부추긴다.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은 2년 7개월 만에 달러당 1080원이 깨졌다. 내년에도 1100원 선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대감과 양호한 기업 실적,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 등이 낳은 결과지만 수출엔 부정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금리는 미국 등의 금리 정책과 보조를 맞춰 한 번 이상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고, 정부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경제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