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의 도시’ 콜로라도 베일 출신인 월시는 스키 강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2살 때부터 눈밭을 끼고 놀았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시프린과 만난 것도 이때다. 전직 스키선수 출신인 시프린의 어머니 에일린 시프린이 두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해 주면서 활달한 성격까지 비슷했던 둘은 금세 우정을 쌓았다. 특히 월시는 에일린이 “이미 3~4살 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탁월한 재능을 뽐냈다. 깎아지른 듯한 콜로라도 스키장 코스를 모두 섭렵하면서 전에 없던 욕심도 생겼다. 월시는 “나중에 꼭 올림픽 시상대에 같이 서자”고 했고 시프린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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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꿉친구’로 유명한 토머스 월시(왼쪽)와 미카엘라 시프린이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토머스 월시 인스타그램 캡처 |
이처럼 올림픽의 꿈은 멀어졌지만 월시에겐 패럴림픽 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는 “장애를 겪게 된 뒤로 진흙탕을 뒹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스키가 나를 일으켰다. 내가 멋지게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바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알파인 스키에 뛰어들었다. 누구보다 간절한 열정으로 훈련을 거듭한 월시는 2015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그의 주종목은 기록으로 승부를 겨루는 ‘속도전’ 중에서도 통과해야 할 기문이 많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슈퍼대회전이다. 그는 아직 세계 정상급은 아니지만 올 시즌 월드챔피언십에서 두 차례나 ‘톱 10’에 들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무엇보다 월시는 남들보다 짧은 자신의 다리를 항상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줬던 시프린에게 패럴림픽 메달을 안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월시는 “암을 이겨내고 다시 스키를 탈 수 있게 된 건 시프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시프린이 알려줬다. 그래서 나는 경기에서 쉽게 질 수 없다”고 포부를 밝혔다. 월시가 평창에서 그려낼 ‘인간 승리’를 기대해 봐도 좋은 이유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