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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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무사 계엄령’ 수사, 진실 밝히되 초가삼간 태우진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고,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송 장관은 “국방부 검찰단과는 별도의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엄중하게 의법 조치하겠다”고 했다. 군 연관 사건에 독립수사단이 구성되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앞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라는 제목의 기무사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해 3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과격 시위 진압을 위한 위수령 발령과 계엄령 선포 절차 등이 담겨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이 문건을 인지하고도 문제 삼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국기문란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은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 군령권을 지닌 합동참모본부가 아닌 기무사가 평화로운 집회에 병력 투입을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한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문건의 일부 내용이 실행계획처럼 구체적이라는 것도 의문을 낳는다. 정치권도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기무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내란 예비음모’라는 성급한 규정도 우려할 만하다. 기무사는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 시절부터 각종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로 악명을 떨쳤지만 권력에 이용당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기무사의 고유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기무사의 군사보안·방첩 기능이 사라지면 이를 대체할 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은 성급하게 접근하면 화를 부를 수 있다. 기무사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개혁의 초점이 돼야 한다. 기무사에 대한 수사가 안보의 기반을 허물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쪽으로 번져선 곤란하다. 빈대는 잡더라도 초가삼간을 태우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