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동물 수백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인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2005∼2006년 지방자치단체 위탁 보호소를 운영할 당시 직접 안락사를 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또 “(안락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건) 지금과 같은 큰 논란이 될 것이 두려워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케어가 해온 안락사는 대량 살처분과는 다른, 인도적 안락사였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으로 충격을 받은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박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모든 책임은 대표인 제게 있다”며 “(검찰 등) 피고발인 조사에 성실히 응해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박 대표는 자신의 과거 행적에 관한 의혹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해명했다. 그는 “구리시·남양주시 위탁 보호소를 운영할 때 수의사가 와서 안락사를 진행했는데 여러 문제가 생겼다”며 “아이들이 낯선 사람이 오니까 굉장히 겁을 냈고, 수의사들도 괴로워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안락사를) 해주니까 애들이 공포에 떨지 않고 갔다”며 미국 동물단체의 안락사 기준을 언급했다.
다만 박 대표는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안락사를 했다는 의혹은 극구 부인했다. 앞서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 전 직원들의 증언으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이 점에 대해서 저는 어떠한 걸 걸어도 상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의사들도 잘 쓰지 않는 고가의 마취제를 썼고, 양도 충분히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19일 열린 박소연 케어 대표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박 대표 뒤로 케어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케어의 공금 3000여만원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후원금 성격이 아닌, 제가 직접 스토리 펀딩에 글을 써서 받은 돈이라 용처가 자유로웠다”며 “악의적으로 케어 활동을 방해하고 왜곡된 사실을 퍼뜨리는 인물에게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소송 당사자 명의가 단체인지, 개인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단체 예산으로 박 대표 개인의 실손보험비를 냈다는 의혹에는 “저는 거친 현장을 많이 다니고, 위험한 일도 많이 겪는다”며 “외부 자문위원 한 분이 이를 알고 단체 차원에서 실손보험을 들어 놓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저와 구조현장을 다니는 직원들이 모두 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직원이 한 명씩 케어를 떠나면서 실손보험 가입자가 자기 혼자만 남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견은 2시간쯤 이어졌다. 연합뉴스 |
그는 또 “(케어의 안락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외부 단체가 연결돼 있고, 전직 직원들이 들어간 단체에서 케어의 경영권 다툼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내부고발자는 안락사가 가슴 아파서 폭로를 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1년 동안이나 함께 안락사를 하면서 증거를 모았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언론에 안락사 문제만큼 동물 도살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온 국민이 동물권에 관심 갖는 이 순간을 기회로 여겨달라”며 “개·고양이 도살금지법이 법제화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회견 도중 일부 언론과 박 대표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박 대표와 그의 지지자들이 언론을 향한 성토를 쏟아내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