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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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사퇴 대신 '물타기'… "개 도살이 더 문제"

‘물타기’ 기자회견 논란 / 은폐 시인하면서 대국민 사죄 / “폭로에 배후세력 있다” 의혹 제기 / “남아서 뭐든 한다” 사퇴 요구 일축 / 직원연대 “내달 총회서 해임 추진”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인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20일 개고기 생산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리며 “저를 비난함과 동시에 그 비난의 크기만큼 개 도살 금지를 외쳐달라”고 밝혔다. 자신이 행한 안락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의혹을 해소하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박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개 도살 장면이 촬영된 6분 분량의 동영상과 함께 “도살이 없으면 안락사도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케어의 안락사를 “양심적, 최소한의 행위였다”고 규정하며 개 도살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임원급과 국장, 공동대표들이 회의하면서 안락사를 했고 은폐를 시도했다”면서도 “제반 조건 한계로 법적 근거, 기준을 갖고 안락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표는 “여기 남아서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며 최근 케어 내외부서 제기되는 대표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박 대표는 이번 논란을 촉발한 내부고발자가 외부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내부고발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케어는 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그 사람들(외부세력)이 수년간 계획한 게 저를 케어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이번 사태 본질인 ‘안락사 은폐’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표의 주장이 ‘전형적인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직 케어 직원은 “박 대표가 제보자의 진정성을 문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도 “박 대표 주장은 면피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케어 정상화’를 위해선 박 대표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케어 정상화’를 위해선 박 대표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음달 중 총회서 박 대표 해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환·김주영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