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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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가루 분유통 공방, 남양유업 "100억원 협박"VS소비자"수백억 줘도 용서못 해"

 

 

녹이 슨 분유캔에 담긴 분유를 먹은 생후 한 달 아기가 설사와 구토를 반복했다는 소비자 A씨의 주장에 대해 남양유업 측과 A씨 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되려 A씨에게 100억대 피해보상금 협박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분유통 들고 생방송 인터뷰로 삼자대면 하자”라며 ”몇 백억을 가져 온다 해도 용서 받을지 알았나”라고 재반박했다.

 

지난 9일 남양유업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해명 글.

 

남양유업 측은 지난 9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입장문(위 사진)을 내고 “분유캔 입구에 녹이 슬었다는 기사에 대해 남양분유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남양유업은 이어 “남양분유는 세스코, 고려대, 언론사 등에서 검증받은 이물관리시스템은 물론, 국내 유일 남양분유만이 보유한 시스템을 통해 어느 업체에서도 하지 못하는 캔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라며 “이런 시스템을 보유한 남양분유에서 녹슨 캔 생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캔 입구가 녹이 슬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에게 정부기관인 식약처를 통한 검사 및 병원 진단 확인을 제의 드렸고, 결과에 따른 무한 책임을 약속드렸다”라며 “그러나 소비자는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진단확인서는 물론 식약처의 검사 신고도 하지 않으며 ‘우리 두 아들이 조폭이다. 100억을 내놓아라. 안되면 5억을 달라는 협박만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양유업은 “브랜드에 대한 훼손이 심해져, 악의적 요구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고자 한다”라며 “해당 블랙컨슈머의 악의적 요구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양유업은 “만에 하나 저희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식약처 등에서 확인되는 경우, 결과에 따른 무한책임을 약속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남양유업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해명 글.

 

‘녹가루 분유’를 주장한 A씨는 지난 7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분유를 먹은 지 이틀 만에 하루에 일곱번씩 설사를 쏟아내는 증세를 보였다”라며 “병원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아기가 위장염과 결장염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A씨는 분유통을 살피다 황토색 안전 캡 아래에서 녹가루가 번져 나와 분유와 섞여 있던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녹이) 주황색 가루처럼 가루가 다 있었다. (가루가) 분유 안으로 떨어져서 아이가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이러한 사실을 남양유업에 항의했으나 이 회사 관계자에게 ‘사람들은 철을 섭취하며 살아야 하니 먹어도 상관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영양제로 먹을 수 있게 제조돼서 먹는 철(철분)과 녹이 슨 철이랑은 다른데도 그게 같다고 말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남양유업은 이 같은 A씨의 주장에 대해 YTN에 “공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고 소비자 과실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박했다. 가습기를 틀거나 극소량의 물방울만 닿아도 분유통에 쉽게 녹이 슬 수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9일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한 남양유업 해명글에 대한 반박글. 이 글에는 11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417명이 동의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는 또한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양유업 공식 게시글을 재반박했다. 그는 ‘**녹분유 사건 엄마입니다 .읽어주세요’라는 청원글을 통해 “2월28일에 오후 한 대형마트에서 분유를 구매했다”라며 “분유를 바로 바로 구매한다”고 구매 경위를 밝혔다. 그러면서 “분유 캡이 아닌 주황 뚜껑을 다 뜯어내면 녹가루, 주황가루, 녹이 다 퍼져있었다. 코팅도 벗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남양유업측이 식약처 검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고객센터에 전화해 신고한 뒤 (해당) 분유회사 직원에게 연구소에 검사하라고 지퍼 밀봉팩에 분유를 담아 줬다”라며 “(검사 이후) 초기에는 아기가 섭취해서는 안 될 게 나왔다고 사과하더니 나중에는 제조 공정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A씨는 ‘녹가루가 가습기 물기로 생겼다’는 남양유업측 해명에 대해 “그걸 해명이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가습기를 쓰지 않지만, 가습기를 분유통 옆에 뒀고 물을 뿌리고 물이 뭍은 손으로 습도를 맞추는 실험을 해서 3-4일만에 녹이 생겼다”라면 ”그걸 왜 (분유)통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또한 A씨는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 “녹이 슨 주황 녹가루 주석을 먹은 아기가 응급실에 실려가 혈관을 찾기 위해 8군데 이상을 주사기로 뚫어 혈관이 터졌고, 설사를 많이 해 탈수가 진행됐다”라며 “혈관에 힘이 없어 탈수가 진행됐고, 입원 기간 동안 진전이 없는 아이를 보며 온가족이 피가 말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남양유업 측의 ‘수백억 대 피해 보상 요구‘에 대해선 “온 가족들과 아기 엄마가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아이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은 것이 몇 백억을 가지고 온다 해도 용서가 되는가”라고 되물으며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는데, 그게 정말 거액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A씨는 “내 아이 목숨값을 과연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당신 기업(남양유업)은 태어나 생후 30일 좀 넘은 아이를 지옥까지 가져갔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리 진통 등으로 모유수유를 못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한 A씨는 “나를 사기꾼과 블랙 컨슈머로 (내몰고) 관리를 소홀히 해 분유통을 녹슬게 했다”라며 “남양유업이 ‘니(A씨)과실이다’라고 주장하는데, 분유통 들고 생방송 인터뷰로 기자불러 삼자대면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할 수 있고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공방이 이어지자 국내 분유 업체 전반의 분유통 조사에 착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10일 한 매체에 “남양유업 뿐만 아니라 분유를 제조하는 업체 전반의 분유통과 관련된 사안을 조사 중이다”라며 “해당 조사는 누가 의뢰한 것이 아니라 기사를 보고 식약처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YTN 뉴스, 남양유업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