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공무원 탓'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보수·진보 진영의 ‘대표적 입’들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를 놓고 설전을 주고 받았다.
◆ 홍준표 "이미 유감 표명했는데 아직 시비...아프긴 아팠네"
홍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 이사장이 지난 10일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비판한) ‘아방궁 발언’은 지금도 용서되지 않는다"고 한 말을 받아쳤다.
홍 전 대표는 "10여년 전에 내가 한 아방궁 발언을 두고 아직도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을 보고 참 뒤끝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지 울수가 없다"고 유 이사장을 '뒷끝 있는 분'이라고 지칭했다.
홍 전 대표는 "정치권의 상호 공격은 서로 가장 아픈데를 건드려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데 있다. 아방궁 발언은 노대통령 봉하 집 자체가 아니라 집주위 정화와 정비 비용으로 국비와 지방비가 1000억 가량 들었다는 보고를 듣고 내가 한 말로 이미 유감 표명을 했고 말의 배경도 설명을 했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는 것을 보면 아프긴 아팠던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 홍준표 "남 비난하기 전 자신 돌아봐야...참 싸가지 없던 시절을"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남을 비난 하시기 바란다"며 유 이사장의 옛 일을 소환했다.
그는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이 '(유시민이) 맞는 말을 해도 참 싸가지 없게 한다'는 말을 한 일이 있다. 얼마나 당내외에 남의 폐부를 후벼 파는 말들을 많이 하고 다녔으면 그런 말을 듣습니까"라며 유 이사장을 비꼬았다.
그러면서 "세월이 지났으니 보다 성숙해진 줄 알았는데 최근 (한국당) 심재철 의원과의 (서울대 운동권 시절 행적을 놓고) 상호 비방과 아방궁 운운을 보니 옛날 버릇 그대로다. 다시 정치 하실려면 ‘싸가지 없다’라는 이미지는 벗어나야 한다”며 "유시민 이사장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2008년 10월 洪 "盧 아방궁 지어 산다"→"집 주변 환경비용 보고에, 사과"
홍 전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2008년 10월 1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집 앞에는 주차할 데도 없는데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고 '아방궁' 발언을 했다 .
이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사저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강하게 반발하자 홍 원내대표는 트위터(위 사진)를 통해 "아방궁이라고 한 이유는 그 집 주변에 환경정비 비용으로 천 억 이상 국비가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아방궁이라 했다"며 "그 보고가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당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현 경남지사)은 "환경정비 등에 1000억원 투입도 전혀 사실 무근이다"며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다.
◆ 유시민 "지금도 용서 안 돼, 5월말 홍카콜라에게 따져 보겠다"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홍 전 대표의 아방궁 발언과 공격이) 지금도 용서가 안 된다"며 "봉화산 숲가꾸기 예산, 화포천 생태하천 복원예산 이런 것을 다 합쳐서 액수 때려 맞춰 얼마짜리 아방궁이라고 덤터기를 씌웠다"고 분개했다.
그는 "정치세력끼리 경쟁하면서 공격한 다른 말들은 용서가 되지만 (그것만은 못하겠다)"며 "정말 야비한 짓이다. 5월말 TV홍카콜라와 공동방송할 때 홍준표 전 대표에게 물어보려 한다"고 벼렸다.
이에 홍 전 대표가 '싸가지 없는 게 여전하다'는 식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공동방송에서는 불꽃튀는 설전이 예상된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사저는 부지 4262㎡(1289평)에 1층짜리 건물 372㎡(112평)으로 돼 있다. 공개된 예산 내역서에는 대지 구입과 건물 설계, 공사비까지 총 12억 원 가량이 들어간 것으로 돼 있다. 주변에 배치된 경호동 시설 등 사저 부근 땅 1만여평은 국가소유로 사저와 무관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유튜브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