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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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섭 “韓·日, 냉전적 안보협력 약화 따른 충돌 가속” [제2회 독도국제포럼]

주제발표 /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영토문제 / 日 보수 우경화… 독도 해저 자원에 욕심 / 아베 노골적 야욕 드러내 파열음 커져 / 미·중·일·러, 센카쿠·쿠릴 열도 각축

2010년대 들어 동아시아의 영토 분쟁은 격화하는 양상이다.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의 분쟁, 남쿠릴열도의 북방 4도를 놓고 벌이는 러·일 갈등,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영토 분쟁이 전면화하지 않은 20세기 중반과 대비된다. 이 같은 변화는 1994년 유엔 해양법협약의 발표, 해양 자원의 가치 상승, 전후 국제질서의 청산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4일 제2회 독도국제포럼에서 손기섭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영토 문제’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손 교수는 현재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이해하려면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대전략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일대일로 구상’을 야심 차게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서 미국 트럼프 정권과 일본 아베 정권은 ‘인도·태평양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밑그림 위에 동아시아 역학관계도 변화 중이다. 손 교수는 이 지역에서 최근 영토 분쟁이 커진 이유로 “분쟁 당사국의 입장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중·일 간 분쟁의 경우 1994년 유엔 해양법협약의 발표, 센카쿠제도의 경제적 및 전략적 가치의 상승, 해양 자원 개발의 현재화와 맞물리면서 ‘현상변경’이 시도됐다”며 “중·일, 러·일, 한·일 관계에 존재했던 기존의 전후 질서가 청산되고 새로운 양국 관계가 본격화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국력 성장에 불안을 느낀 일본은 1996년 이후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러·일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일본의 경제력이 필요했던 1990년대 옐친 대통령 시대에는 남쿠릴열도 북방 4도를 둘러싼 분쟁 해결에 청신호가 켜진 듯했다. 그러나 2000년대 푸틴 정부가 들어서고 경제 상황이 변하면서 러시아는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다.

손 교수는 일본이 독도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 대해 “한·일 양국의 기존 협력 네트워크가 점진적으로 이완됐고 냉전시대의 ‘유사동맹적’ 안보연대 필요성이 약화하면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본의 보수 우경화와 독도 주변 해저 자원도 변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동아시아 영토 분쟁의 원인으로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 발효와 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 확장도 갈등에 불을 지폈다”고 해석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