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에 고발당했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민주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겨냥해 “(임 교수 고발에서) 우아하게 손씻기를 하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16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민주당은 고발 철회와 함께 당연히 지도부의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함에도 공보국 성명 하나로 사태를 종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력을 문제 삼아 저의 주장을 폄훼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비판적인 국민의 소리는 무조건 듣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세계일보 보도로 임 교수 고발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비판 여론에 시달리다가 하루 만인 14일 고발을 전격 취하했다. 그러면서 ‘유감’을 표하긴 했으나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사과한다’는 표현을 쓰길 끝내 거부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침묵을 지켜 ‘불통’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임 교수 앞에 엎드려 사죄하기는커녕 그를 ‘안철수 지지자’라고 단정한 뒤 과거 행적을 캐는 신상털기에 나섰다. 심지어 임 교수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는 적반하장식 행태까지 보였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일부 지지자들은 무차별적으로 저의 신상을 캐더니 선관위에 고발까지 했다”며 “향후 다른 이의 반대 주장까지 막으려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위선이 들통난 사태 이후 문재인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의 ‘간판 스타’인 이낙연 전 총리를 겨냥했다. 이 전 총리는 임 교수 고발 및 취하와 관련해 “사람들이 일하다 보면 긴장이 느슨해지거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은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이낙연의 위선’이란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에선 손씻는 척 하는 사이에 밑의 애들에게 지저분한 일의 처리를 맡긴 격”이라며 이 전 총리 발언을 “아무 내용도 없는 빈말”이라고 깎아내렸다. 진 전 교수는 ”(이 전 총리 발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일단 민주당에서 임 교수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임 교수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자 임 교수와 경향신문 담당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놓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자 민주당은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