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53)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측의 사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17일 밝혔다.
임 교수는 17일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입장문을 보냈다.
임 교수는 “민주당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와 남인순 최고위원의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이 촛불혁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 칼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 교수가 언급한 ‘칼럼’은 경향신문이 지난달 29일 오피니언면에 게재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기고문이다.
칼럼에는 “4.15 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문장이 비중있게 포함됐다.
민주당은 5일 “임 교수와 경향신문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참여 권유 활동 금지를 위반했다”며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임 교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씽크탱크 ‘내일’에서 실행위원을 지냈다”며 “칼럼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임 교수의 과거 이력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임 교수가 1997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2007년 손학규 대선후보 경선 캠프 및 창조한국당 홍보부단장을 지낸 일을 거론하며 “임 교수의 칼럼은 정치적 행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발 조치에 대한 반발도 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나도 고발하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해시태그가 퍼졌다. 자유한국당·정의당 등 야당은 “여당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은 14일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는 공보국 성명과 함께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이낙연(68) 전 총리는 17일 서울 종로 부암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겸손함을 잃었거나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남인순(62)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교수의 칼럼이 아프게 한다”며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정당이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사과했다. 이해찬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임 교수가 민주당 측의 사과를 수용하며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발 철회와 함께 당연히 당 지도부의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함에도 공보국 성명 하나로 사태를 종결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데 대해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한 데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양 측 모두 사태 확산에 부담감을 느낀 것이 빠른 화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와 칼럼니스트를 고발했다는 사실에 “민주당이 초심을 잃고 오만해졌다”는 유력 인사와 누리꾼들의 지적이 줄을 이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인터넷서 ‘민주당은 빼고’ 놀이가 유행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에게는 법적 판단이 불리하게 돌아갔다.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12일 위원회를 열고 “임 교수의 칼럼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언론중재위는 14일 임 교수의 칼럼에 ‘권고’ 결정을 내리고, 경향신문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언론중재위의 권고 조치는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선거법 위반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점은 임 교수는 물론 경향신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