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개천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추진했던 단체가 한글날인 오는 9일 같은 장소에서 2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5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금지 통고를 할 것으로 보이나, 법원이 주최 측 손을 들어준다면 개천절에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 설치했던 ‘차벽’이 또 다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천절 집회를 추진했던 8·15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는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글날 집회 신고를 한다고 밝혔다. 최인식 8·15비대위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압에 맞서는 것은 그나마 집회·결사의 자유를 통해서일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에서 다시 한글날 집회 신고를 한다”고 강조했다. 8·15비대위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 인도와 3개 차로, 세종문화회관 북측 공원 인도·차도 등 두 곳에 1000명씩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할 것에 대비한 조치다.
최 사무총장은 “2개 장소에 신고는 했지만 실제로 집회는 한 곳에서만 개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리를 확보해 의자 1000개씩을 깔고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 규정을 준수하면서 손 소독제와 의료진, 질서유지인 등을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집회가 ‘시국 강연회’ 성격이고, 의자가 있어 참가자 이동을 통한 감염 우려가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이들은 한글날 집회가 금지된다면 또 다시 행정소송을 내겠다고도 예고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개천절 일명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 조건부 허용 판결을 내린 바 있다.
8·15비대위는 개천절에 광화문에 설치된 경찰의 버스 차벽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사무총장은 “개천절 광화문 차벽으로 세계적인 수도 서울을 세계의 코미디로 만들었다”며 “길 가는 사람을 막는가 하면, 소지품 검사를 하고 곳곳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부가 집회는 금지하면서 관광지 등에 밀집하는 사람들은 막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폐렴·자살·교통사고 등으로 훨씬 많은 국민이 매일 사망하는데 코로나19를 이유로 헌법상의 기본권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개천절 광화문 차벽은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 등장했던 ‘명박산성’에 빗대 ‘재인산성’으로 불리며 논란을 낳았다.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이 개천절 차벽 설치가 “전염병 확산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히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경찰이) 개천절 불법집회를 빈틈없이 차단했다”고 평가하면서 한글날에도 차벽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청장은 8·15비대위 등 단체의 한글날 집회 신고에 대해 “불법집회가 열리지 않고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