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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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장 “입국 안돼”… 유승준 “약속 못 지킨 게 위법입니까”

국감서 입국금지 재차 강조… SNS로 항변

1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가수 유승준(44·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사진)씨의 입국금지가 단연 화두였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 유씨의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유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몇십 년째 대한민국에 발도 디디지 못하게 막는 건 인권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모 청장은 이날 국감에서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유씨의 입국금지에 대해 묻자 “우선 (유씨는) 한국사람이 아니라 미국사람인 스티브 유”라고 강조한 뒤 “병무청 입장에서는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모 청장은 “스티브 유는 숭고한 병역의 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그것을 거부했다”면서 “(유씨가) 입국해서 연예계 활동을 한다면 이 순간에도 병역 의무를 하는 장병들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유씨의 입국금지가 과한 것 아니냔 지적에는 “신성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병무청은 앞서 이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서도 유씨 측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주장했던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유씨 측은 “연예인으로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뿐인데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18년7개월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논리로 거부하는 건 위법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병무청은 “(유씨의) 입국을 허용할 경우 젊은 청년들에게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신성한 가치를 흔들어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공정과 정의가 훼손된다면 국가의 존립과 대한민국의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적 스타였던 유씨가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고의적으로 저버린 데 대해 입국금지는 응당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유씨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오늘 병무청장님이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부당한 처사”라며 “연예인으로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나서서 몇십 년째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대한민국에 발도 디디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음을 바꾼 것이 위법한 일이냐,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위법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다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앞서 유씨는 LA 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이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7월에 LA 총영사관이 다시 비자발급을 거부하자 최근 다시 소송을 냈다. 유씨는 2015년 소송을 낸 지 5년 만에 재차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소송 1·2심은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2019년 11월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유씨는 파기환송심을 거쳐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은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으로, 비자를 발급하란 취지는 아니었다.

 

유씨는 과거 국내에서 인기 가수로 활동할 때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2002년 한국 입국을 제한당했다. 이에 그는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하게 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외교부는 LA 총영사관의 이번 비자 발급 거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신청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무조건 사증을 발급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