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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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편지 받고 타이핑한 답장 보낸 대통령, 靑 “왜 논란인지”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文 편지에 실망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엔 한국판 뉴딜 추진 이후 처음으로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피격 사망 공무원의 유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친필이 아닌 컴퓨터 타이핑으로 작성돼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 청와대가 14일 “대통령의 서한은 대통령이 먼저 육필로 쓴 다음 이를 비서진이 받아 타이핑한다”고 설명하면서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숨진 공무원의 유족은 문 대통령이 보낸 편지가 타이핑으로 작성됐고 서명도 기계(전자)로 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 같이 밝히며 “이번뿐만 아니라 외국 정상에게 발신하는 친서도 마찬가지”라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세계적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가 보낸 편지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구두 메시지가 담긴 서한도 타이핑한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타이핑 여부가 왜 논란의 소재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편지는 내용”이라며 “봉투나 글씨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답장에서 ‘가슴이 저리다’고 하면서 진심으로 위로했다”며 “이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한 대통령이 마음을 담아 답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피격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는 언론에 문 대통령이 보낸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이 편지는 앞서 서해 피격 사망 공무원의 아들인 고등학교 2학년 이모군이 문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명예를 돌려달라며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 성격이다. 문 대통령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답장에서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답장을 두고 이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이 그동안 방송에서 수차례 밝힌 내용인데, 더 추가된 대책이나 발언은 없었다”면서 “편지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먹먹한 마음에 뜯어보는 것도 망설여졌지만 막상 내용을 보니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동생의) 고등학생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고, 무시 당한 기분이 들었다”고도 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에게 자필 편지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답장. 자필로 쓴 게 아니어서 논란이 됐다. 숨진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제공

앞서 이군은 지난 5일 이씨가 언론에 공개한 2쪽짜리 자필 편지에서 문 대통령에게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군은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고도 되물었다. 이어 “아빠는 왜 거기까지 갔으며,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이씨의 동생이자 이군의 아버지인 이모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30분쯤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북측 해상에서 발견됐다. 북한군은 이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시신(북한은 부유물이라고 주장)을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군 당국과 해경 등은 그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이씨의 유족은 그가 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정부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