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11·19 전월세대책’까지 24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나 국민은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전망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지수가 급등했다.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가계빚 억제 정책 속에서도 가계부채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택가격 오를 것”이라는 전망치 역대 최고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는 130으로 2013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종전 최고치는 2018년 9월의 128이었다. 지난 10월 지수(122)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8포인트가 뛰었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해당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이 부정적으로 대답한 비율보다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지금과 비교해서 1년 뒤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가 하락할 것이라는 가구보다 많고, 이 수치가 역대 최고치라는 얘기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올해 7∼8월 이후 주택가격전망지수가 높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최근 전셋값이 올랐고 전국 주택가격 상승세가 꾸준히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수요 억제 위주의 방식으로 규제하다보니 부동산 상승 기대감만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합부동산세 관련 내용을 담은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2018년 9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12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을 담은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 지수는 125로, 전월 대비 5포인트 올랐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100을 밑돌던 지수는 투기과열지구 확대와 대출 규제를 담은 ‘6·17 부동산대책’이 나온 6월 112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껑충 뛰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인상 등을 담아낸 ‘7·10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7월에도 6월보다 13포인트 오른 125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 불안해 정부 규제가 나온 것이지만,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 식지 않는 ‘빚투’ 열풍, 가계대출도 역대 최고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불안한 심리에 ‘빚투’(빚 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로 아파트 매수 행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9월 3월 만에 신용대출을 포함해 국내 기타 대출이 22조원 넘게 급증한 통계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분기(7∼9월)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 말 대비 44조9000억원 늘었다. 2.7% 증가한 것인데, 2016년 4분기의 3.6%(46조1000억원) 이후 최대 폭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의 3분기 말 잔액은 현재 1585조5000억원이다. 이 역시 사상 최대다. 3분기 증가액(39조5000억원)은 2016년 4분기(41조2000억원)에 이어 2위다.
가계대출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잔액 890조4000억원)은 3분기에만 17조4000억원 불었다. 증가 폭이 2분기(14조8000억원)보다 더 커졌고, 2016년 4분기(24조2000억원) 이후 3년 9개월래 최대다.
특히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잔액 695조2000억원) 증가세가 뚜렷하다. 기타대출은 3분기에만 22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분기(9조40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금액이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자 주택수요자들이 우회로로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급증과 관련해 “3분기 중 주택매매, 전세 거래량이 2분기나 지난해 3분기보다 늘었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가 있었고, 주식자금 수요도 있었다”며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까지 늘면서 통계 편제 이래 역대 최대 분기 증가액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