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앞으로 1년 후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 국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았다는 의미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되레 폭등하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여론이 그만큼 팽배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도 '집세'였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주택가격전망CSI는 전월 대비 8포인트(p) 급증한 130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1월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치다.
주택가격전망CSI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여기는 응답자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전세 가격이 오른데다 서울의 경우 오름세가 약간 둔화되긴 했지만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 1월 116이었다가, 2월과 3월 각각 112로 하락했다. 이후 4월과 5월 각각 96으로 100 이하를 기록했다. 그러다 6월 들어 112로 반등한 뒤 7월과 8월 각각 125로 올랐다. 이어 9월 117, 10월 122, 11월 130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전반적인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기대감에 힘입어 97.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올해 1월(104.2) 이후 최고치다. CCSI는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종합 지수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CCSI는 2월 96.9 → 3월 78.4 → 4월 70.8로 추락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된 지난 5월 77.6으로 반등한 뒤 6월 81.8 → 7월 84.2 → 8월 88.2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어 8·15 광복절 집회를 기점으로 2차 대확산이 진행되면서 9월 79.4로 대폭 하락한 뒤 10월 91.6, 11월 97.9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CCSI 값을 도출할 때 사용되는 6대 주요 소비자동향지수(CSI)에도 일제히 파란불이 켜졌다.
11월 현재경기판단CSI(72)는 전월 대비 14p 급증했으며, 향후경기전망CSI(91)도 8p 올랐다. 소비지출전망CSI(104)는 4p, 현재생활형편CSI(89)와 생활형편전망CSI(94)는 각각 3p 상승했다. 가계수입전망CSI(96)도 2p 올랐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도 집세(56.3%)가 가장 많이 꼽혔다. 뒤이어 농축수산물(42.4%), 공공요금(30.6%) 등의 순이었다.
전월에 비해서는 집세(9.4%p↑), 석유류제품(2.6%p↑), 개인서비스(1.2%p↑) 등의 응답비중이 증가한 반면, 농축수산물(11.3%p↓), 공업제품(1.7%p↓), 공공요금(0.9%p↓)의 비중은 줄었다.
취업기회전망CSI(82)는 전월에 비해 7p, 임금수준전망CSI(111)는 2p 각각 올랐다.
한편 11월 소비자동향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돼 2366가구가 응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