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구매로 확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전 인구의 8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정부는 안전성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접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영국 등이 접종을 시작하면서 접종을 서둘러야 하는 건 아닌지,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 2,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구매 후 국내로 들어오면 코로나19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처는 허가심사 전담팀을 꾸려 대비하고 있다. 일반 의약품과 달리 백신은 법적으로 국가출하승인을 해야 접종할 수 있다. 국가가 직접 시험해 검증하는 절차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0월 이미 사전심사를 요청해 식약처가 자료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접종 준비를 위해 콜드체인 구축 등 준비에도 착수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은 영하 60∼8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별도 접종센터를 만들거나 기존 시설을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효기간이 짧은 백신은 병원에서 보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 상황 변화 등 변수가 많아서다.
가장 큰 우려가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다. 개발에 수년씩 걸리는 백신이 단기간에 나온 만큼 검증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임상시험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효능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화이자, 모더나 백신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백신의 대규모 접종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올 경우 제약사는 ‘면책’된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정보를 보면 다른 기존 백신에 비해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mRNA 기반 백신도 앞서 암백신 개발에 사용됐던 방식으로 이미 어느 정도 안전성이 검증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부터 구매 협상을 시작했는데도 12월에야 백신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공급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국가보다 확보 물량이 적다는 것이다. 미국은 10억 도즈(1회 접종분) 이상, 일본은 2억9000만 도즈 이상 등 인구보다 배 이상 많은 백신을 선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접종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접종 예정인 국가가 늘고 있다. 여기에 백신 개발이 실패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애초 계획한 3000만명분보다 많은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희망적인 소식이지만 당장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도 상당 기간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백신이 효능을 발휘해도 국민 절반 정도가 백신 접종을 마친 내년 하반기에나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백신 효능 지속 기간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 철저한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확진자 수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안정되게 백신을 도입해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