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의 질책을 쓴약으로 여기고 국정전반을 돌아보며 새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4·7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한 민심 수습을 위해 정부와 청와대 인적 개편을 단행한 직후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에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 지자체, 기업, 국제사회 등과의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재보선 패배 후 처음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는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고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통한 선도형 경제 전환 △남북, 북·미관계 진전 △코로나19 방역 등을 성과로 제시한 뒤 “이러한 성과는 국민들께서 자부할 만한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 주거안정 등이 남아 있는 과제라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무거운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국정에 매진하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당부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평가는 어제의 성과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와 내일의 과제에 맞추어져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부패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유능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을 더 세심히 점검하고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각계각층과의 소통과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여당과 정책협력을 강화해 민생을 가장 앞세우고 안정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 달라. 야당과의 소통과 협력에도 힘써 달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부터 성과를 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선거로 단체장이 바뀐 지자체와도 특별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방역·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 간 갈등 노출을 인식한 듯 문 대통령은 “아슬아슬한 방역관리에 허점이 생기거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히 소통하고 긴밀히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코로나19 극복과 부동산 문제가 현 정부 최대 현안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방역과 부동산 문제는 민생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거듭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의 소통과 지원도 더욱 확대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상공의 날 행사에 참석하거나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규제 관련 의견을 청취하는 등 부쩍 접촉 면적을 늘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나라 간에 경기회복 국면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며 “기업들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준다면 정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기업 투자를 요청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멈춰 있는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을 가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실질적 도움 될 정책 새 입장 밝힐 것”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19일 “우리 사회 곳곳에 힘들어하는 안타까운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있는지 관계 기관, 전문가와 상의해 정부의 새로운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임시사무실로 출근하며 “오늘부터 관계 인사 및 전문가들과 충분히 토론해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오래 힘들어하고 지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내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지명된 김 후보자는 지명 당일과 전날 청문회 준비단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사무실에 들렀지만, 이날 후보자로서 첫 공식 출근을 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자신을 향해 ‘극단의 정치를 이끄는 이른바 대깨문(강성 친문 민주당원)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나’라며 비판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오늘은 다른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협치를 강조하는 김 후보자의 입장 표명에 대해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협치하고 포용하겠다는 김 후보자와 질주를 멈추지 않겠다는 여당 원내대표 간, 당정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 후보자를 향해 “협치와 포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말씀도 말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제까지 문재인정권 그 누구도 협치와 포용을 이야기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도형·장혜진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