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혁신 신약 ‘면역·표적항암제’ 개발에 전력 쏟는다 [도약하는 K-바이오·제약]

(14) 보령제약

암세포의 주요 성장·조절 인자
PI3K와 DNA-PK 동시에 타깃
자체 개발 ‘BR2002’에 역량 집중
길리어드 ‘자이델릭’보다 효능

3종 플랫폼 기술로 신약 개발
관계사인 ‘바이젠셀’에도 투자
보령제약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보령제약 제공

보령제약은 혁신항암신약 등 자체적인 신약 연구개발과 함께 다양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BR2002(개발명)’는 PI3K와 DNA-PK를 동시에 저해하는 면역항암제 겸 표적항암제로, 혁신신약(First in Class)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성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을 개시했다.

PI3K는 세포 내 신호전달 과정을 조절하는 효소로 세포의 성장, 증식·분화, 이동, 생존 등 여러 기능을 조절한다. 특히 PI3K가 악성종양에서 과하게 발현되면 암세포가 증식하거나 전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NA-PK는 세포의 DNA 손상을 인지하고 수선을 담당하는 효소다. BR2002는 암세포의 주요 성장·조절 인자인 PI3K와 DNA-PK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유일한 이중저해 기전을 확보한 저분자 화합물이다.

지금까지 PI3K 저해제로 허가받은 제품은 길리어드사의 ‘자이델릭’이 유일하다. 이 약은 재발한 만성림프구성 백혈병, 재발한 여포형 림프종, 재발한 소림프구 림프종에 효능이 있다. 보령제약은 BR2002를 기존 PI3K 저해제인 자이델릭보다 치료 효능 및 안전성이 높을 뿐 아니라, PI3K와 DNA-PK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혁신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BR2002는 전임상 연구 결과 우수한 효능을 확인했으며 회사는 간독성 부작용 또한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BR2002의 적응증을 혈액암에 이어 고형암(신체 내 장기에서 암 덩어리가 생기는 일반적인 암)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령제약 관계사인 바이젠셀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젠셀은 20여년간 면역학 분야를 연구해 온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가 김태규 교수가 2013년 설립한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으로, 2016년 보령제약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바이젠셀은 항원 특이 세포독성 T세포(CTL)를 이용한 맞춤형 T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 ‘바이티어(ViTier)’, 범용 면역억제 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 ‘바이메디어(ViMedier)’, 감마델타 T세포 기반 범용 T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 ‘바이레인저(ViRanger)’ 등 3종의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6종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바이티어는 항원특이 세포독성 T세포(CTL)를 이용한 맞춤형 T세포치료제로 표적항원과 환자에 최적화되어 종양세포만을 살해하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종양살해 T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이다. 바이티어는 환자의 혈액세포 중 항원제시세포(수지상세포)에 항원 RNA를 탑재해 T세포를 인체 외에서 종양을 잘 공격하도록 배양한 후 다시 인체로 주입해 종양만 특이적으로 살해할 수 있는 세포로 만들어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바이젠셀은 바이티어를 이용해 대부분의 종양에서 발현하는 WT1, 서비빈(Survivin), TERT의 3종 종양 항원 특이 면역세포치료제다. 치료제는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직접 공격해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파이프라인인 ‘VT-Tri(1)-A’에 대한 임상 1상을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아 올해 중 개시할 계획이다. 또 거대세포바이러스(CMV) 항원을 포함하는 세포치료제인 ‘VT-Tri-II’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메디어는 제대혈 줄기세포 유래 골수성억제(CBMS)를 이용한 범용 면역조절 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이다. 바이젠셀은 제대혈 유래 CD34 양성 줄기세포에서 골수성 억제세포를 세계 최초로 증식 및 유도하는 방법을 개발해 그 기능을 증명하였다.

제대혈 유래 골수성억제세포는 면역 억제 기능을 가진 미성숙 골수성 세포의 집단으로 자가면역질환 및 이식 후 면역 억제를 위한 치료제로 알려졌지만 대량증식 기술의 부재로 치료제 개발이 어려움이 있었다. 바이젠셀은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김태규 대표가 발명한 독자적인 대량증식 기술의 전용실시권을 이전받아 개발 중이다.

바이레인저는 범용 T세포치료제로, 다양한 유전자를 탑재한 고기능성 범용 세포·유전자 복합치료제 플랫폼 기술이다. 바이젠셀은 정상인 혈액세포에 소량으로 존재하는 감마델타 T세포를 특정 배양조건에서 특정 조건의 공동자극분자가 존재하는 배양보조세포와의 공동배양으로 인해 장기간 대량 배양하는 방법과 이를 치료용 조성물로 사용 가능함을 증명했다.

바이젠셀은 지난달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으며, 올해 3분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