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40대 한국인 남성이 함께 여행 온 20대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하고 고문한 혐의 등으로 현지 검찰에 징역 46년형을 구형받은 가운데, 피해자 A씨가 한국영사관과 외교부의 미흡했던 대응을 지적했다.
30일 서울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A씨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면 글을 가르쳐주고 작가가 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가해자 B씨의 말을 믿고 그를 따라 터키로 향했다.
그러나 A씨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B씨에게 성적 고문 및 폭행을 당했으며, 이로 인해 안와골절 상해를 입고 머리가 찢어져 열 바늘을 꿰맸다.
당시 B씨는 A씨를 숙소에 감금한 채 밥과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며, ‘성매매를 시키겠다’, ‘마음에 안 들면 죽이고 도망가면 된다’ 등의 협박을 일삼았다고.
결국 A씨는 석 달 뒤 숙소 주인의 신고로 B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는 이전에도 영사콜센터에 한차례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도 B씨에게 수시로 검사받아 자칫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A씨는 ‘영사콜센터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기능을 통해 “제가 지금 영사관으로 가야 하는데 여권도 없고, 현지에서 말도 안 통하고 휴대전화 유심도 없다”고 설명하며 “살려달라,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도와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돌아온 답변은 절망스럽게도 ‘직접 전화를 하든지 집주인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서 전화하라’ 였다.
또한 A씨는 한국에 돌아와서 가해자의 구형 전후로 사건의 진행경과를 묻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영사관에 전화를 걸었지만, “급한 일이 아니면 메일로 보내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더불어 변호사 선임, 비자 발급, 사건 진행 상황, 범죄 피해 지원 등을 알아보려 찾아갔던 서울 중구의 외교부 청사에서는 방문 상담 예약이 필요하다며 영사콜센터로 전화하라고 안내받았다.
그는 영사콜센터에 외교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으나,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A씨의 주장에 대해 이스탄불 한국영사관 측은 “사건 진행에 대해 여러 번 메일을 보냈고, 진행된 사안에 대해 답변을 줬다”고 해명했으며, 외교부 또한 “A씨의 사정을 고려해 기존 매뉴얼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영사콜센터 카카오톡 답변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 있는 터키 대사관 측의 도움으로 현지 법원에 병원진료 기록 등을 제출한 A씨는 오는 9월 B씨의 선고 공판을 보기 위해 다시 터키에 갈 예정이다.
현재 B씨는 재판부에 탄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현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 A씨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