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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부른 ‘오징어 게임’으로 조회수 5000만… “반응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어”

5인조 혼성 아카펠라팀 ‘메이트리(Maytree)’ 인터뷰
“오징어 게임, 이틀 정도 연습… 전 세계인 공감할 만하다고 생각”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한 가운데 드라마 못지않게 한국 아카펠라팀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기괴하면서도 독창적인 효과음을 목소리만으로 똑같이 흉내낸 5인조 혼성 아카펠라팀 ‘메이트리(Maytree)’가 그 주인공이다. 

 

메이트리 멤버 장상인, 임수연, 김원종, 강수경, 권영훈(왼쪽부터)은 지난 12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사운드트랙은 메이트리가 해야 한다’는 해외 팬들의 요청에 “기회가 된다면 다채롭고 독특한 소리로 관객들께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이들은 1분40초 분량의 영상에서 술래 인형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외침과 함께 나오는 기계음과 총소리, 리코더와 소고, 캐스터네츠 등의 강렬한 멜로디로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OST ‘웨이 백 덴(Way Back then)’, 참가자들의 기상곡 ‘하이든 트럼펫 콘체르토’, 분홍색 유니폼에 가면 쓴 진행요원들이 등장할 때 흐르는 ‘핑크 솔저스(Pink Soldiers)’, 게임이 끝날 때 나오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오로지 다섯 개의 입으로 완벽하게 재현했다.

 

지난 1일 유튜브에 올린 ‘스퀴드 게임(Squid Game)’은 불과 보름만에 조회수 5000만회를 돌파했다. 3만9000건이 넘는 댓글은 대부분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외국어다. 해외 네티즌들은 ‘인간의 목소리로 낸 소리라니 믿을 수 없다’, ‘오리지널 음악보다 더 무섭다’, ‘메이트리가 시즌2의 사운드트랙을 맡아야 한다’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특수로 인한 반짝 인기가 아니다. 이미 ‘아이폰 효과음’(2600만회), ‘삼성 갤럭시 효과음’(1300만회) 등 1000만회가 넘는 동영상이 여러 개로, K팝 가수 못지않은 팬덤을 누리고 있다.

 

메이트리 멤버들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은 이틀 정도 연습하고 올렸는데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지 몰랐다”고 했다.

메이트리 멤버 장상인, 임수연, 김원종, 강수경, 권영훈(왼쪽부터)은 지난 12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사운드트랙은 메이트리가 해야 한다’는 해외 팬들의 요청에 “기회가 된다면 다채롭고 독특한 소리로 관객들께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메이트리는 장상인(보컬 퍼커션)과 강수경(알토)이 2000년에 결성해 김원종(베이스), 권영훈(테너), 임수연(소프라노)이 차례로 합류한 21년차 베테랑 팀이다. 2018년 모스크바 아카펠라 페스티벌에서 2위를 한 실력파로, TV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했지만 아카펠라팀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 1월 재미 삼아 유튜브에 올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효과음’이 순식간에 1000만회를 돌파하면서 각국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징어 게임은 얼마나 연습했나.

 

(장상인) “사실 굉장히 급하게 준비했다. 오징어 게임을 보고 정말 재밌고, 전세계인이 공감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틀 정도 연습해서 바로 올렸다.”

 

-보통 영상 하나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김원종) “빠른 건 한두 시간 만에, 수정이 많이 필요한 경우엔 일주일 가까이 걸린다. 작품마다 다른데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기 때문에 오래 걸려야 일주일이다.”

 

-오징어 게임이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김원종) “윈도나 아이폰, 갤럭시 효과음들이 터질 때 ‘이 이상 (대박 날) 콘텐츠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오징어 게임을 하고 다시 그 생각을 하게 됐다. (장상인) “앞으로 또 있을 거라 믿는다.” (강수경) “아카펠라는 어떻게 보면 특수성이 짙은 분야고, 휴대전화나 컴퓨터 효과음은 전세계인이 다 아는 보편적인 소리인데 이 둘이 절묘하게 만난 덕분인 것 같다.”

메이트리 멤버 강수경, 권영훈, 김원종, 임수연, 장상인은 지난 12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사운드트랙은 메이트리가 해야 한다’는 해외 팬들의 요청에 “기회가 된다면 다채롭고 독특한 소리로 관객들께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팝송 커버곡을 주로 부르다가 효과음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

 

(강수경) “올해 초부터다. 처음에는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예상을 못했다. 저희는 늘 사람 소리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악기 소리 흉내내는 걸 좋아했다. (임수연) “우리에겐 그냥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의 일부인데 ‘사람의 입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냐’라는 댓글을 많이 봤다.” 

 

-지금까지 업로드 한 영상 중 가장 어려웠던 효과음은.

 

(임수연) “플레이스테이션(PS) 콘솔 게임이 가장 힘들었다. 다섯 명이 한 번에 한 소리씩 맡는데, 사람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영역이 있었다.” (김원종) “음가가 있는 소리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쉽게 표현할 수가 있는데 소리의 질감을 표현해야 되는 부분이 제일 힘들다.”

 

-도전해보고 싶은 곡이나 효과음은.

 

(장상인) “굉장히 많다. 해외에 계신 분들이 버스 안내방송 또는 지하철 환승 방송 등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해달라고 많이 요청한다. 또 명동 시장의 소리 등도 아카펠라로 표현하면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것 같다.” (임수연) “저희가 했던 오징어 게임 사운드 트랙 중 두 곡은 클래식 곡인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클래식 곡을 인물별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사운드 트랙은 메이트리가 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많다.

 

(장상인) “악기보다 사람 목소리로 더 공포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숙한 소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섭고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만약 시즌2의 음악을 정말 맡게 된다면 다채롭고 독특한 소리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그동안 했던 곡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일동) “무비 인트로, 챔스 리그 등 각자 달랐는데, 이번에 모두 오징어 게임으로 바뀌었다.”

 

-다섯 멤버가 어떻게 만났나.

 

(장상인) “제가 대학과 인터넷에서 아카펠라 동호회를 처음 만들었다. 이후 프로로 아카펠라 활동을 하고 싶어서 수경이와 시작했다. 둘이 초창기 멤버고, 이후 아카펠라씬에서 활동하던 멤버들을 (한 명씩) 찾아가서 같이 해보자고 했다.”

메이트리 멤버 강수경, 권영훈, 김원종, 임수연, 장상인은 지난 12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사운드트랙은 메이트리가 해야 한다’는 해외 팬들의 요청에 “기회가 된다면 다채롭고 독특한 소리로 관객들께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절대 음감’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정작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한 명 뿐이라던데.

 

(일동) “화학(장상인), 컴퓨터(김원종), 건축(강수경), 초등교육(임수연), 실용음악(권영훈)을 전공했다. (강수경) “사실 음악하는 사람 중 전공 안 한 분들이 더 많은데 저희를 유독 신기하게 생각하시더라. 그냥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온 것 같다.”

 

-테너, 베이스처럼 효과음도 역할을 나누나.

 

(강수경) “어느 정도 패턴이 생겨서 제가 얌생이 같은 소리를 주로 낸다. 고음으로 사람들 놀라게 하는 소리는 수연, 저음으로 놀라게 하는 표현은 원종, 총소리 등 특수효과음은 상인, 물방울 등 뺨으로 내는 소리는 영훈이다”. (임수연) “요새 요상한 소리를 잘 낼수록 소중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가 좀 있다. 하하하”

 

-평소 효과음 연습도 따로 하나.

 

(김원종) “따로 노력하는 건 없고 평소 어떤 소리를 들으면 입으로 한 번 흉내내보는 직업병 같은게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칸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를 비롯해 여러나라에서 섭외 요청이 왔다고 하던데.

 

(장상인) “(아갓탤은) 아마도 가게 될 거다. 프랑스 갓 탤런트와 독일, 영국에서도 연락이 왔다. 내년 4월에 대만의 가장 큰 극장에서 콘서트를 할 예정이고, 이어서 아시아 투어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

 

-국내 공연 계획은.

 

(장상인) “코로나가 종식되거나 ‘위드 코로나’로 가게 되면 자체 콘서트를 계획해야 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요청하고 있다.”

 

-팀의 롤 모델이 있다면.

 

(강수경) “스웨덴의 ‘리얼 그룹(The Real Group)’을 정말 존경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장상인) “앞으로 저희만의 독특한 능력과 오리지널을 섞어서 팬들께 보여주고 싶다. 리얼 그룹처럼 오리지널로 사랑받아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강수경) “저희 팀이 사실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지는 얼마 안됐다. 당분간 이 행복을 누리며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든 나누고 싶다.” (김원종) “노인이 돼서도 이렇게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인생을 기대하고 있다.” (장상인) “저는 야망이 좀 커서 세계적인 아카펠라 그룹이 되고 싶다.” (임수연) 자작곡을 많이 써서 제 개인 노래도 내고 메이트리 노래도 내고 싶다. (권영훈) “노래를 하면서 행복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는 게 꿈이다. 저희 같은 팀이 많이 생겨서 선의의 경쟁도 하고, 아카펠라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대중음악처럼 많이 들어주시면 참 좋을 것 같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