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BTS도 다녀간 ‘핫플’… 캠퍼스라 쓰고 갤러리라 읽다

대구보건대학교의 ‘화려한 변신’

야외 잔디광장·독특한 건물 디자인 등
방문객들 “거대한 미술관 온 듯” 감탄
학생이 작품 해설 ‘서포터즈 프로그램’
예술에 대한 이해도 높이는 계기 마련

대학 내 인당뮤지엄, 다양한 전시 개최
지역사회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병행
BTS 리더 RM, 최근 기획초대전 관람
SNS 깜짝 인증샷… ‘RM 성지’ 떠올라
야외 잔디광장에 있는 이길래 작품 ‘전구’ 앞에서 투어에 참석한 학생들이 도슨트(서포터즈 학생)의 작품 해설을 듣고 있다. 대구보건대학교 제공

대구 북구 태전동 대구보건대학교 캠퍼스에 들어서면 1만2561㎡ 부지에 외벽이 마치 옛일을 회상하게 하는 듯 정감 가는 녹슨 철판이 감싸 안고 있는 초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은 국내 건축계 거장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종규 교수의 설계로 세워진 인당뮤지엄이다. 인당(仁堂) 김윤기 박사가 수집해 박물관에 기증한 장롱과 궤 203점을 비롯해 조선시대 목가구와 유물 5000여점을 바탕으로 2007년 개관했다. 제1전시실부터 제5전시실까지 총 6실로 이뤄져 있다.

수집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는 1·2층에 1실씩 배치했고, 작업실·사무실·자료실 등을 갖췄다. 뮤지엄 야외 잔디광장은 8595㎡ 규모의 조각공원으로 꾸몄다. 문신 작가의 ‘생의 기원’을 비롯해 박석원, 문인수, 이환권 등 유명 작가들의 설치작품을 상시 전시해 학생들의 휴식공원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까운 곳에서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보건대학교가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대학 내 인당뮤지엄 외에도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강의실과 복도, 로비 등 건물 층마다 그림과 조각 작품이 내걸려 있다. 강의실과 실습실의 인테리어를 차별화한 점도 특징이다. 대학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대학이라기보다 거대한 갤러리나 박물관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서 “매년 주민 초청 음악회를 비롯해 지역 유명화가 전시회, 고가구 전시회 등 테마를 달리한 기획전을 열고 있다”고 했다.

◆BTS RM도 다녀간 인당뮤지엄

방탄소년단 리더 RM(김남준)은 지난달 7일 인당뮤지엄을 찾아 개교 50주년 특별기념전 ‘이배 작가 기획초대전’을 관람했다. 인당뮤지엄은 매주 일요일 휴관하지만, 이날은 대구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이어서 개관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에 ‘가을님 가지 마세요’라는 글과 함께 4장의 사진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RM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들 중 하나는 인당뮤지엄 제2전시실에 전시 중인 이배 작가의 ‘프롬 파이어(From fire)’다. ‘숯의 화가’로 불리는 이배는 경북 청도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다.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MMCA)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9년에는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작가상을 받았다. 2015년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세계 화단에서 활동 중이다. 인당뮤지엄의 이배 작가 초대전은 2014년 대구미술관 개인전 이후 대구지역 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번째 대규모 개인전이다.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이배 작가(왼쪽 위 시계방향), 이동엽 작가, 강요배 작가의 작품 사진. 트위터 캡처

‘미술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로 불리는 RM은 그간 전국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페어 등을 찾아다니며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그가 다녀간 곳마다 관람객들이 몰리는 파급력에 일각에서는 “국내 미술계는 그가 다녀간 전시와 다녀가지 않은 전시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앞서 RM은 지난 7월에도 대구미술관에서 진행한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서 ‘깜짝 인증샷’을 남겨 해당 작품 앞이 포토존이 되기도 했다. 인당뮤지엄 측은 ‘RM 성지’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에 따르면 인당뮤지엄은 2007년 대구시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해 개관한 이래 총 41회의 전시를 기획했다. 2008년 관람객 수가 5000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3년간 누적 관람객만 6만2217명에 이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1만1796명이 다녀가는 등 관람객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최현정 인당뮤지엄 학예실장은 “이베 작가를 비롯해 독일 출신 설치미술가 오트마 회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초대전을 과감하게 유치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일상생활 속에서 향유하는 문화·예술

대구보건대학은 캠퍼스 내 건물마다 독특한 디자인과 마감재로 공간미와 색감을 느끼게 했다. 벤치나 휴게 공간 하나에도 소홀함 없이 조형미를 가미했다. 학생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고 문화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뮤지엄 콘서트’, ‘인문학 특강’, ‘문화가 있는 날’ 등 학생들이 참여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문학적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따뜻한 인성을 겸비한 보건 인재로 성잘할 수 있도록 ‘재학생 서포터즈제’도 도입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이 진행하는 ‘서포터즈 도슨트(작품 전문 해설가)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학교 내 뮤지엄은 지역 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정형화된 교육을 넘어 오감으로 체험하고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박물관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2006년 ‘전통규방공예 체험’을 시작으로 올해도 ‘길 위의 인문학’, ‘대학 박물관 진흥지원사업’ 등 국고 사업 선정을 통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소외 계층과 외국인을 포함하는 장벽 없는 교육을 실현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인당뮤지엄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박물관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선정 사업은 △문화가 있는 날 △길 위의 인문학 △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 △학예인력지원사업 △교육인력지원사업 △예비학예인력지원 사업 등 총 6개 부문으로 전국 대학 박물관 중 최다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은 대학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메타버스 시스템을 활용한 VR(가상현실) 전시, 도슨트·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 비대면 프로그램 활성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내외 참여율 증대, 국제적 감성을 지닌 국내외 작가 전시 개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석은조 인당뮤지엄 관장(유아교육과 교수)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사업 선정을 바탕으로 지역민에게 문화적 소양과 교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혜택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인당뮤지엄은 친근한 복합문화공간과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