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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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벌렸지만 “李, 아직 대세 아냐”… 대선구도 재편 변수는

與, 공격적 중도층 구애 전략 짜

여론조사 방식따라 지지율 편차 커
전문가 “아직 대세론 논하기엔 일러
설 연휴까지 40%초중반 돼야 안정권”
與 “尹서 등 돌린 3~4% 잡아야 승기”
4일 국가비전 제시… 6일엔 경제 공약

추미애, 이준석 세월호선장 비유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다수 신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앞서나갔지만, 골든크로스가 아닌 ‘데드크로스’라는 진단이 힘을 얻으면서 이 후보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설 연휴 여론조사에서 40% 초·중반대에 올라서면 안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한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이 후보와 선대위는 설 연휴 전까지 공격적인 경제 정책 행보로 중도층에 구애할 계획이다.

 

3일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이 조정 국면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에 따라 10%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지난 1일 전후로 발표된 주요 매체의 신년 여론조사를 비교한 결과, 이 후보는 TV조선·조선일보·칸타코리아(12월28∼29일 조사, 31일 발표) 조사에선 32.4%를, 헤럴드경제·KSOI(12월27∼28일 조사, 30일 발표) 조사에선 42.9%를 기록했다. 유무선 비율, ARS와 전화면접 등에 따라 진영 결집도가 달라지는 점을 감안해도 격차가 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국 거의 모든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또는 밖에서 앞선 지지율을 얻었다 해도, 대세론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앞으로 (대선까지) 2∼3번 정도 변곡점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향후 주요 변수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여부, TV토론 후 부동층 움직임 등을 언급하며 “2주 전 여론과 지금도 많이 다르다. 앞으로 60여일 남았으니 두세 차례는 출렁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대세를 굳히려면 여론조사에서 지속해서 40% 초·중반대 지지율을 기록해야 한다고 봤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지지율이 45%가 넘어가면 양자구도든 다자구도든 상관없이 대세론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자구도로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에 비춰보면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41% 득표율을 상회하는 지지율을 연이어 기록할 때 대선판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 세리머니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내에선 데드크로스가 진정한 골든크로스로 거듭나기 위해 이 후보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설 전후로 윤 후보에게서 빠져나온 지지층의 한 3∼4%라도 흡수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와 선대위는 대선 승패를 좌우할 1월 한 달간 주 1회 이상 정책 발표로 이슈를 선점하고 지지율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장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성장·기후위기 등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위기를 진단하고 극복 비전을 제시하는 데 이어 6일엔 기존의 경제성장 전략을 묶어 발표하는 ‘메가 공약’ 정책 발표를 진행한다.

 

한편,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동명인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홀로 탈출해 살았다고 언급하며 “이 대표가 윤 후보에게 ‘가만히 있으면 대선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 기시감이 든다”며 “가만히 있으면 후보도 국민의힘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비꼬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상승세 탄 安 ‘尹 때리기’ 집중… “법률가 리더십으로 미래 못 봐”

 

최근 지지율 두 자릿수를 돌파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거대 양당 후보의 빈틈을 비집으며 상승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안 후보의 부상이 ‘반짝 상승’에 그치지 않고 ‘제3지대 돌풍’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는 3일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법률에 따라 과거에 대한 응징을 하는 법률가 리더십으로는 미래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초동과 대장동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라며 “기득권에 빠져 있는 안이한 사고와 관점, 영혼 없는 리더십으로 위기는 결코 돌파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양당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비호감 각축을 벌이자 이들과 차별화를 꾀하며 이탈표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를 앞서는 골든 크로스와 관련해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그 시점을 설 전, 이달 중으로 전망했다.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범보수 단일 후보로 더 적합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JTBC·글로벌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단일화 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41.4%의 선택을 받으며 윤 후보(30.6%)를 앞섰다. 다만, 후보 단일화에 찬성하는 답변자와 정권교체를 원하는 답변자로 범위를 좁힐 경우 윤 후보가 더 큰 지지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올라 선거구도를 다자구도로 재편하는 변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의 상승세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연이은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특정 지역과 세대를 고정 지지층으로 확보하지 못해 지지율에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중앙일보·엠브레인리퍼블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 지지층의 ‘지지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18.7%에 그쳤다.


이동수·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