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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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김정숙은 '여사' 김건희는 '씨'"…영부인 호칭 논란에 뉴스공장 시끌

법세련 “공영방송 진행자가 정치성향에 따라
‘여사’ 아닌 ‘씨’라 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

방송인 김어준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김건희씨’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영부인 호칭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가 “김 여사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행동에 나서면서다. 영부인 호칭 논란을 둘러싸고,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여론을 집결해온 해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보수 여론도 커지고 있다.

 

◆보수 단체, “‘여사’ 아닌 ‘씨’라는 표현은 인격권 침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 3일 오전 김씨가 진행하는 방송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시정 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30일 해당 방송에서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가 용산 청사에서 반려견과 함께 보낸 사실이 주말 언론을 장식했다”며 “김건희씨가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있는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공개됐다”고 발언했다. 김씨는 통상 영부인의 이름 뒤에 붙는 ‘여사’라는 호칭 대신 일반인에게 붙이는 ‘씨’라는 표현을 쓰며 “대통령 동선이나 집무실을 개인이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듯 하고 ‘좋아요. ’대상으로 하는 건 김건희씨 개인 활동”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김건희 여사 측 제공

이에 법세련은 “방송 공정성과 정치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영방송 TBS 진행자가 자신의 정치성향에 따라 현직 대통령 배우자 호칭을 ‘여사’가 아닌 ‘씨’라고 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어준 진행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여사’라고 불렀다”며 “현직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만 ‘김건희씨’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향된 정치성향에 따라 김 여사를 비하하고 무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공장에 불편한 시선… TBS 조정 방침

 

지금까지 대통령의 아내는 영부인과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 영부인은 사전적인 의미로 타인의 아내를 존칭하는 뜻을 내포하는 단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The first lady’와 동일한 개념인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부인을 부를 때 주로 쓰였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호칭 논란은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직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일부 언론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배우자는 김윤옥 여사라고 부른 대신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김정숙씨라는 호칭을 사용해 비판이 일었다. 이들 언론사는 논란 이후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호칭을 기존 ‘씨’에서 ‘여사’로 바꾸어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방송인 김어준씨. TBS

이번 시민단체의 인권위 진정처럼 보수층이 김씨가 운영하는 뉴스공장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간 뉴스공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한 논란과 무관치 않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TBS의 프로그램인 뉴스공장은 정치적 사안마다 더불어민주당에 편향된 논리를 제공하며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비판을 보수세력으로부터 받아 왔다. ‘조국 사태’ 당시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을 불러내 “표창장을 위조한 적 없다”는 주장을 내보냈고,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는 오세훈 시장의 ‘생태탕’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한 바 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층에게는 이런 뉴스공장이 불편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에서도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오 시장이 선거 전부터 예고해온 TBS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전환해 본연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BS 노조가 오 시장의 구상에 대해 “방송 편성에 관한 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