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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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 시장 ‘꽁꽁’…강남권마저 수억 낮춘 급매 속속 등장

"금리 추가 인상 등 거래부진 계속"
뉴스1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강남권마저도 수억원을 낮춘 급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 집주인은 시세보다 2억원 낮춰 매물을 내놓으면서 본인이 무이자 대출까지 해주겠다고 알려 관심을 끈다. 부동산업계는 '강남 불패'로 불리는 서울 강남 부동산 역시 유동성 축소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37.2다. 1주 전보다 0.2포인트(p) 하락했으며, 2019년 4월 22일(37.2)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0~200 사이인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며, 기준 미만은 반대를 의미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위축하고 있다. 서울 전체 매수우위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강북보다는 강남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강북의 매수우위지수가 지난 5월 말 41.1에서 6월 말 36.4로 4.7p 하락하는 동안 강남은 13.8p 급락했다.

 

강남 아파트 매수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집주인이 매수 희망자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특이한 매물도 등장했다.

 

지난 3일 네이버의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급매라며 청담동 아파트 매도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다주택자라고 소개한 이 집주인은 시세 32억원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를 30억원에 급매한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토지거래허가제 및 15억원 이상 대출 금지로 대출, 갭투자가 금지돼 매도가 잘 안되는 실정"이라며 매도가 30억원 중 설정한 잔금 14억원에 대해서는 본인이 빌려주며 근저당을 설정하겠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14억원 대출 기간은 최장 2년으로 실거주하면서 그 후에 전세를 놓으셔도 상관없다"라며 "8월 31일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지불 가능하신 분에 한해 무이자로 대출해 드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는 '불패'로 불리는 강남 부동산에도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초고가 아파트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거래되고 있으나,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69건에 불과하다. 아직 집계 기한이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큰 폭의 회복세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5월 거래량도 1737건에 그치며 4월 1752건 대비 소폭 감소했다. 집계가 끝난 1~5월 기준 올해 거래량은 682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883건의 31% 수준에 그쳤다.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부진한 게 아니다.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312건으로 지난해 말 4만5000여건보다 2만건 가까이 증가했다. 매물은 증가했지만,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매수 심리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집을 사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7월부터 생애최초 구매자와 서민 · 실수요자는 완화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적용받아 중저가 아파트 급매물 거래에 나설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DS규제가 총대출액 1억원을 넘는 차주로 확대되는 데다 금리 추가 인상,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심리가 풀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거래 시장의 부진한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