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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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성적불쾌감 주는 글 올리면 통매음 처벌?…법원 “무죄”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림 등을 올린 행위는 통신매체이용음란(통매음)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터넷에 게시한 행위만으로는 상대방에게 게시물이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매음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A씨는 2019년 8월11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만화가 B씨의 아들을 장애를 가져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로 묘사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게시물엔 B씨의 아내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 재판에선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것이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A씨가 당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만화를 업로드해 불특정 다수인이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B씨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스스로 접속해 만화를 일부러 찾아 클릭하는 별도의 행위가 개입되기 전에는 B씨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글을 올린 것만으로는 상대방에게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법무부도 지난 6월 A씨 변호인의 유권해석 요청에 ‘특정인에게 전송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의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하는 것은 통매음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민 변호사(법무법인 태일)는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것’에 해당되는지 확립된 판례가 없었다”며 “통매음죄에서의 도달이라는 구성요건에 대해 판단을 내린 선도적 판례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