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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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전환 후폭풍… 중국 의료 체제 붕괴 위기

홍콩 명보 “베이징 하루 2700명 사망”
최대 200만명 사망 예상 현실화 우려

중국 정부가 고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에 놀라 제로코로나에서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수도 베이징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도시 지역은 발열 환자 치료 시설을 확충하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농촌 지역은 전쟁에 준하는 비상 의료 태세에 돌입하는 등 의료 체제 붕괴 방지를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약이 든 봉투를 두 손에 들고 약국을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완화하자 베이징, 광저우 등지에서는 방역물품과 의약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홍콩 명보는 베이징의 병원, 장례식장 및 관련 장례산업 체인을 자체 조사한 결과, 17일 하루에만 2700여명이 집에서 숨졌고 장례비가 2배로 뛰었다고 18일 보도했다. 베이징 업계 관계자는 명보에 “병원 영안실이 꽉 찼으며 두 시신이 한 공간에 누워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위드코로나로 최대 100만∼20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학계 분석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효과가 떨어지는 중국산 백신을 접종해 주민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노령층 등 고위험군의 경우 접종률마저 낮다.

일본 NHK 방송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일에 감염 대책을 완화한 이후 베이징 등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3일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사망 사례는 없다고 발표했으나 중국 매체를 통해 37세 전 축구선수, 74세 남성 등의 사망 사례가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징 동부에 위치한 둥자오 화장장은 평소에 하루 시신 30∼40구 정도를 화장했지만 최근 시신이 몰려 하루에 200구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장장 직원은 WSJ에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업무가 몰리고 있다. 하루 24시간 돌리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다”며 “일반적으로 하루 화장 절차가 정오쯤 마무리됐는데, 최근에는 한밤중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화장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시신을 다루도록 지정된 곳이다.

베이징의 한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운구하는 작업자들. AP연합뉴스

베이징 차오양병원은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자 최근 체육관에 2차 진료소를 열어 발열 환자 진료에 나섰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저장병원은 발열 환자 진료실을 4개로 늘리는 등 병원마다 업무를 조정, 발열 환자 진료 의료 인력을 대폭 늘렸다.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는 방역 완화 이후 폐쇄했던 유전자증폭(PCR) 검사소를 발열 진료소로 전환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로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가격이 폭등한 해열제와 신속 항원 키트 공급도 늘고 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 전문가 우쭌유(吳尊友)는 최근 중국의 감염 확산세를 분석한 글에서 중국이 3단계 감염 확산기를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1단계는 도시에서 감염이 만연하기 시작한 12월 현시점이고, 2단계는 춘제(1월22일) 이후 2∼6주간 농촌에서 감염자가 늘어나는 시기, 3단계는 그로부터 1∼2개월 후로, 농촌을 찾았던 노동자들이 일터가 있는 도시로 돌아온 이후 시기라고 예상했다.

지난 15일 중국 동부 장쑤성 성도 난징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항원검사 키트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방역정책을 완화한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난징 AFP=연합뉴스

국무원 합동방역기구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춘제 기간 농촌 방역과 위생 서비스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필수 의약품과 신속 항원 검사 키트 비축, 농촌에 대한 의사 추가 파견, 주민 건강 모니터링 강화 등이 통지에 포함됐다. 중국의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35.3%인 약 4억9835만명에 달한다.

 

한편 중국 지도부는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도 안정 속 성장 기조를 유지하며 내수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베이징·도쿄=이귀전·강구열 특파원